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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경청은 가위바위보 게임

큰 아이와 둘째가 나이 차이가 있어 둘째를 돌보고 같이 노는 것이 첫째보다는 쉽다. 경험이 있어 그런 모양이다. 둘째 아이가 이제 여섯 살이다. 내가 집에 있으면 아이 녀석이 같이 놀자고 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는 가위, 바위, 보 게임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이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큰 아빠와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해서 연승을 하다 보면 매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지는 경우에는 입이 삐죽하니 나온다. 이럴 때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언제나 확실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비법, 그것은 다름 아닌 조금 늦게 내는 방법이다.

이기는 것에 몰두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보는 것이다. 가위, 바위, 보에서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늦게 슬쩍 내는 것이다. 아들이 가위를 내면 나는 보를 내고 보를 내면 나는 바위를 내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아들이 절대 게임에서 질 리가 없다. 환호성을 지르고 계속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자는 아들을 보면 흥겨움이 절로 나게 된다. 매번 지면서도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놀이에 몰두해 이기려는 아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어른들과도 같은 방식으로 즐겁게 대화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의 지고도 이기는 모양처럼 사람 관계도 그런 모양새를 만들면 서로 좋은 관계,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사이에서도 상대가 성을 낼 때 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차분하게 대응하면 싸움도 없고 조용하고 상호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위바위보에서 보듯이 늦게 내므로 항상 이기는 것이 있다. 바로 늦게 말하는 것이다. 상대가 가위든 바위든 보든 내고 나서, 내가 내면 이기듯이 상대가 모두 이기고 즉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하고 나서 내가 이야기를 하면 이기는 것이다. 이것은 가위바위보 게임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 상대방은 이야기하는 도중에 자신이 가진 문제를 풀기도 하고 나와 관계된 불미스러운 일을 잊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이야기를 다 듣고 마음이 유순해진 상대방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차분하게 이야기하면 100%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자정작용에 의해 문제가 쉽게 수그러드는 법이다. 가위바위보에서 항상 이기는 쪽은 늦게 내는 쪽이다. 살며시 늦게 손을 내어 게임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런 행동으로 얻는 것이 너무 많다.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싸워 이기고 1등을 하자고 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다. 서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같이 얻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고 살아가는 즐거움이다. 친구와 대화하면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불만이 없다. 참 신기한 일이다. 듣고 듣고 경청하고 경청하고 이것이 이기는 비법이다. 쉽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조금 참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류다 / 라크라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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