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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국가 지도자의 조건

김택규 / 국제타임스,편집위원
김택규 / 국제타임스,편집위원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3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9/08/12 19:02

153년 전 8월 21일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성 쪽으로 올라왔다. 이양선을 구경하려고 강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양 주민들은 배에 양귀(서양 귀신)들이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조선의 집권자 대원군은 국제정세에 무지했다. 청국을 '상국'으로 의존하며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9월 5일 조선군은 화공작전을 감행해 모래톱에 좌초된 셔먼호를 침몰시켰다. 강가로 헤엄쳐 나온 선장 페이지를 비롯한 20여명 승조원들을 모두 죽였다. 그때 국가 지도자가 국제정세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 같은 입장에서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사건이었다.

그 결과 조선은 어떤 후유증을 겪게 되었던가? 사건 이후 미국정부는 중국을 통해 항의와 사과 요구를 했다. 그런데 조선정부 측은 "그 배는 영국 배이며, 미국배라는 것은 와전된 것이다"라고 거짓 회신으로 책임을 모면해 보려고 했다. 미국은 조선을 응징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배상 및 통상조약도 고려했다. 1871년 한국에서는 '신미양요'라고 부르지만, 미국은 이른바 '조선원정'(Korea Expedition)이라는 하나의 작전을 개시했다.

미해군 로저스 사령관은 기함 성조기가 조선군의 선제공격으로 부러지자 450명 미 해병대의 강화도 돌진을 명령했다. 결국 강화도는 점령되고 대항했던 조선군은 거의 다 죽거나 부상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미국 측은 작고 가난한 나라 조선에서 자기네 '국익'을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그때 만일 조선의 지도자가 미국에 개항을 해서 미국의 협조와 도움을 받아 나라를 현대 국가로 발전시켰다면 그후 일본에 나라를 잃는 불행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은 국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은 한국의 영토와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침범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했고 미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그런데 국정을 맡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이순신 배 12척', '토착왜구 토벌', '죽창가', '불매운동', '촛불시위' 같은 선동 정치로는 아무런 해결을 할 수 없다.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들은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냉철하게 국제정세를 바로 판단하고 대일 외교에서 대승적 차원의 '국익' 우선을 생각해야 한다. 국제 관계에서 체면이나 배짱은 통하지 않는다. 올바른 결단으로 난국을 속히 타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국가 지도자나 국민들은 과거사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행했던 다음의 연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던 7년과 식민지배 35년입니다.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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