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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아직은 희망 있는 세상

최숙희 / 수필가
최숙희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4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8/13 19:25

내 소셜번호와 관련해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했다는 사회보장국의 전화를 받았다. 사회보장국은 개인에게 전화를 안 건다는 신문기사를 읽었기에 보이스피싱으로 생각했다. 그 번호를 블록시켰으나 끝자리 번호를 바꿔가며 계속 전화가 오니 짜증이 났다.

새벽부터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울린다. 내가 안 받으니 남편이 받는다. 브루클린에 사는 딸이 남의 전화를 빌려 연락한 거다. 전화를 날치기당했는데 우리 가족 어카운트 비밀번호가 필요하단다. 중요한 전화라면 음성을 남기거나 문자를 보낼 테니 염려할 일은 아니지만, 이런 급한 일이 생기면 앞으로 어떻게 하나 혼란스럽다.

수영장에서 가끔 만나는 한의사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물함에 둔 자동차 열쇠와 휴대폰이 없어졌단다. 비교적 안전한 동네로 생각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혹시나 하며 주차장에 가 보았지만 차가 없다. 간덩이 큰, 진짜 도둑이다.

경찰신고를 하고 남편이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며 밥을 사겠다는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 차는 근처에서 찾았지만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헬스클럽에 못 나오겠단다. 차를 운전해 훔쳐갔으니 지문이 남았을 텐데 더 이상 경찰의 범인검거 노력은 없나보다. 한정된 경찰력의 한계로 이해하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도둑을 맞아 신고해도 소용없던 일이 생각나 씁쓸했다.

친구가 글렌데일 코스트코에서 쇼핑 후 카트를 제자리에 두려고 잠시 돌아선 순간, 도둑이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둔 핸드백을 훔쳐갔다. 험한 일이 연달아 내 주변에서 일어나니 인간 내면의 악마성이 느껴져 마음이 무겁다.

수년 전 랠프스마켓에서 장을 본 후 카트에 가방을 둔 채 집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상당한 액수의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 운전면허증까지 잃어버렸으니 골이 아팠다. 놀라서 한달음에 달려가니 누군가 주워 마켓에 맡겨두었다. '역시 미국 사람들은 정직하구나?' 하며 감동했는데 이제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나.

얼마 전 샌버나디노 피크 하이킹을 다녀왔다. 등산로 입구의 메시지 보드가 분실물 보관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등산객이 잃어버린 모자, 선글라스, 헤드램프 등을 누군가 주워서 걸어두었다. 양심이 걸려있다. 흐뭇한 광경이다.

산행 뒤풀이 당번이라 남보다 빨리 내려와야 해서 정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 홀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처음 보는 등산객이 자기는 여분의 물이 많다며 더운 날씨에 물이 충분히 있는지 묻는다. 그룹에서 뒤처져 혼자 걷는 내가 염려되었나 보다.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에 엔도르핀을 선사하는 고운 마음이다.

물을 꺼내 마시며 하늘을 보니 뭉게구름이 떠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니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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