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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인생의 항해도 도선사가 필요하다

먼 옛날, 바다는 인류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며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 들면서 점차 항해술을 익히고, 이 항해술로 바다를 건너서 다른 문명을 접하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게 되었다.

바다의 깊이와 배의 속도는 항해에 중요한 요소였다. 바다의 깊이는 바닷물의 색깔을 보고 파악했다. 또 돌을 매달은 긴 줄을 바닷속에 떨어뜨려 수심을 측정하기도 했다. 고대인들은 자기들의 신체를 이용해 거리를 정했다. 팔꿈치에서 중지까지 약 45cm를 1큐빗(cubit)이라 불렀다. 육지에서의 모든 거리는 팔꿈치를 이용해 큐빗으로 측정했지만, 바다에서는 측정이 불가능했다.

16세기쯤, 선원들은 배의 속도를 정확히 재기 위해 밧줄을 사용했다. 밧줄을 바다에 던짐과 동시에 모래시계의 모래가 밑으로 다 떨어질 때까지 배를 앞으로 움직였다. 모래시계가 끝나면 밧줄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보고 그곳에 매듭을 묶었다. 대개 모래시계가 끝날 때까지 풀린 밧줄의 길이는 약 8.5m이며, 그 길이마다 매듭을 하나씩 묶었다. 이 매듭(Knot:노트)이 오늘날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된 것이다.

요즘 부산에서 이곳 롱비치까지 오는 컨테이너선의 속도는 평균 25노트(Knot)로 10일이 소요된다. 바다의 25Knot를 육상의 속도로 환산하면 평균 30마일로 달리는 셈이다. 느린 것 같지만 갑판 위 선원이 바람에 밀려 바다에 떨어질 정도로 빠른 속도다.



일찍이 배를 만들어 항해술이 발달했던 유럽의 지중해는 바다와 수로의 연결이 많다. 바다에서는 자기들의 항해술과 경험으로 운항하지만, 낯선 운하나 수로로 진입할 때는 그 수로의 깊이와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수로 안내인'에게 위탁 운항을 맡겼다. 이 수로 안내인을 'Pilot(파일럿)' 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도선사(導船士)'라고 한다.

한 예로 배가 오리건주 포틀랜드항으로 가려면, 태평양 연안에서 컬럼비아강으로 진입하여 수로를 따라 내륙으로 약 5시간을 동쪽으로 가야 한다. 이때 강의 입구에서 대기하던 Pilot(도선사)이 배에 탑승하여 포틀랜드항까지 배의 운항을 전담하게 된다.

지금은 모든 항구마다 도선사를 두고 있다. 특히 처녀 입출항하는 배는 도선사의 도움을 받고 도선료를 지급한다. 지형이나 간만의 차가 심한 항구는 항만법으로 도선사를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항구도 많다. 도선사의 대우는 한국에선 최고 연봉 수준이며 인기직종 1, 2위를 다투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 항공기가 주요 교통수단이 되면서 배가 사용하던 Knot와 Pilot를 비행기에도 차용하여 쓰고 있다. 인생은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 우리에게도 Knot와 Pilot이 필요하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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