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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랑은 그 방식에도 있다

지난 6일 저녁 가든그로브 한 콘도에서 중년의 한인 여성이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됐다. 방바닥에는 피가 낭자했고 시신에는 수차례 칼에 찔린 흔적과 함께 이불이 덮인 채 발견됐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피살된 지 나흘만이었다. 연락이 두절된 여성을 찾아 집에 찾아온 지인들은 그렇게 그녀의 마지막을 확인했다.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이틀 만에 살해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들을 살해범으로 발표했다.

그녀가 숨진 채 발견된 그날, 함께 자취를 감춘 그녀의 아들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뒤를 쫓기 시작했고 지난 8일 검거했다. 사건 현장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동네에서 체포된 아들은 수사관의 취조과정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

피해 여성은 6년간 목회자로 사역해온 가든그로브 J교회의 김현숙(62) 부목사였다. 한인 교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주 참석한 예배에서 담임목사의 "애석한 일이 일어났다. 한 한인 여성 목사가 살해된 채 발견됐고 범인이 아들로 밝혀졌다"는 설명에 교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이 아니었다. 한 여성 목사와 그 아들의 비극이었다.

숨진 김씨가 목회자의 길을 결심한 건 아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은 김씨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첫 번째 남편 사이서 얻은 자식이었던 그 아들은 이혼 후 만난 두 번째 남편의 지속적인 학대 속에서 자랐다. 가출이 잦아졌고 경찰서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범죄 행위로 교도소에 수감돼 김씨가 옥바라지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6개월 전 출소한 아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

"따뜻한 엄마는 아니었어요." 고인의 측근이었던 한 지인이 전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아들의 인생이 본인 탓인 것 같아 미안해서였을까. 유독 아들에게 더 냉정했다.

"방황하는 아들을 품어주기보다는 많이 꾸짖었죠.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지만 표현에 서툴렀어요"라고 지인은 전했다.

김씨는 아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고향 같은 시애틀을 등지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가든그로브에 이사 왔다. 늦은 설교가 끝나고도 아들을 위해 마켓에서 한아름 장을 봐 달려갔다. 기도 제목에 본인은 없지만 아들 이름은 항상 먼저 올렸던 목사이기 이전에 엄마였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애처로운 마음은 가시가 돋친 말이 되어 돌아갔다. 사랑했기 때문에, 미안했기 때문에 질책의 목소리는 더 날카롭고 더 높아져 갔다.

불행히도 아들은 그 모진 말에 감춰진 사랑까진 보지 못했다. 어머니의 날선 비난밖에는 읽지 못했다.

현재까지 아들 조너선 마이클 워너(28)의 범행 동기에 대한 경찰의 공식 발표는 없다. 지난 9일 기소된 아들 워너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밝혔다.

사랑에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사랑의 방식에는 분명 잘못이 있다.

아들이 지난 삶을 뉘우치고 목사가 되길 바랐던 김씨의 마지막 소원은 참담한 비극이 되어 돌아왔다. 빗나간 아들을 살리고자 했던 한 어머니의 사랑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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