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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실리콘밸리의 문화적 상상력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라는 기업과 인공일반지능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픈AI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테슬라 자동차의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벤처기업이다. 그런데 낯선 이름은 기업의 이름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한데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건 또 뭘까?

알파고와 같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으로 불린다. 즉 바둑을 두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특정한 기능을 인간과 동등하거나 인간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가리킨다. 거기에 반해 인공일반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적인 작업도 할 수 있는 기계다. 일부 학자들은 인공일반지능을 '강한 인공지능(strong AI)'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공상과학에나 등장하는 이야기로 들린다면 그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연구를 하는 학자 중에서도 그렇게 인간과 똑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수십 년이 걸릴지, 수 세기가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실리콘밸리는 실현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곳이다. 그렇게 믿는 사람 중에 구글의 설립자 래리 페이지가 있다. 그는 완전한 인공지능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글을 설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에 집착하고 있다. 구글 검색엔진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인공지능의 알고리듬과 다르지 않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래리 페이지의 인공지능에 대한 열정은 컴퓨터 공학자였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미션에 가깝다. 아버지 칼 페이지는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어린 래리에게 미국의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연구 현황에 대해 설명했고, 자신이 참석하는 인공지능학회에 고등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라서 학회장에 입장이 안된다고 하면 언성을 높이고 담당자들과 싸웠을 만큼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완전한 인공지능에 대한 미션은 페이지 집안만 가지고 있는 집착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데카르트에서부터 라이프니츠, 화이트헤드 같은 철학자와 수학자들이 굳게 믿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그러한 믿음이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구 과학계에 만연한 하나의 태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무수한 SF 소설과 영화가 그런 세상을 배경으로 만들어져왔고,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그런 소설과 영화를 보며 자랐다.

모든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그렇게 소설적 상상력에 사로잡혀 혁명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점진주의자'들인 이들은 그렇게 거대한 변화를 꿈을 꾸지 않으면서도 세상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도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기대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인공일반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거대 프로젝트인 퀀텀 컴퓨팅에 비유하면서 이런 프로젝트들이야말로 테크 기업들의 '북극성(North Star)'이라고 했다. 대양을 항해하는 사람들이 북극성을 보고 가는 것은 그 별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방향을 잡기 위함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테크 기업들에는 완전한 인공지능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박상현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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