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9.0°

2019.09.19(Thu)

설마했죠? 과한 육식 섭취도 기후변화 원인이란 사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19 15:04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8)



마우이 남쪽에 위치한 Wedding beach, 에메랄드빛 바닷속에서 거북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휴가철이면 더욱 생각나는 곳, 하와이 4개의 큰 섬 중에 우리는 마우이를 꼽는다.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불릴 만큼 좋은 날씨를 가진 하와이는 여유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산에 자리 잡은 마을 외에는 도심과 해변에 모기가 없다.

이런 하와이도 최근 이상 기후가 점점 많아진다고 한다.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에서는 화산 활동이 빈번해졌고 폭풍 규모가 거대해졌으며 눈이 내리기도 했다. 마우이에서 머물던 어느 겨울, 우리는 심한 폭우를 만났다. 마우이에서 최근 10년간 없었던 큰비라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우리는 피난처를 찾아 떠나야만 했다. 재난 영화에서 보던 그 광경을 직접 경험하니 기후변화는 더는 나와 관련 없는 일이 아니었다.

낮 동안 해가 강했던 날, 갑자기 흐려진 하늘에 밤부터 거센 비가 쏟아진다. 저녁을 먹고 잘 채비를 마칠 때 즈음 동네에 사이렌이 울리고 집주인이 황급히 문을 두드린다. 폭우가 내려 마을이 위험하니 산으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좀 지나친 대비가 아닌가 싶었는데 집주인은 마우이에서 십수 년 살면서 이런 비는 없었다고 한다. 마을에는 비가 많이 안 오는 것 같더라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불어서 고립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지내던 집에는 여러 독채가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있었다. 함께 차를 나눠 타고 집주인이 안내하는 산으로 이동했다.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집주인의 말에 담요와 먹을 것들을 챙겼다.

숙소에서 나오니 이미 마을에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앞에 가는 일행의 차를 보니 번호판이 물에 잠긴다. 물이 많이 불어 갈 수 없는 길을 돌아 안전지역으로 대피했다. 산에 위치한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다행히 하와이의 겨울은 산에서도 춥지 않았다.




뉴스에서만 보던 재난 대피 상황은 이제 가까운 이웃과 우리의 일이 되었다. 해마다 더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 차들이 물에 잠기고 사이렌이 울렸던 마우이 대피의 밤은 유일하게 찍은 사진 한장으로 기억된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숙소에서 오며 가며 간단한 인사만 나누던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스위스, 독일, 미국 중부 등 국적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집주인이 마을 상황을 살피러 간 사이에 우리는 그곳에 모여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두 시간 정도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진중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폭우 대피 소동에 기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고 대화의 내용은 채식과 남미의 열대 밀림까지 이어졌다.

독일인 아저씨의 열대 밀림 이야기는 우리가 채식을 시작한 초창기에 많은 일깨움을 얻은 기회가 되었다. 사람들이 소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서 그 소를 먹이기 위해 콩과 옥수수를 키워야 하는데 땅이 부족해서 남미의 밀림을 밀어낸다고 했다. 남미의 밀림은 지구의 허파로 알려진 곳이다. 밀림이 사라진다는 뜻은 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자정 능력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공부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그 아저씨의 말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더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채식인이 아니었지만 그런 것들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육식이 주는 환경적 악영향을 알기 때문에 고기를 덜 먹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인류가 소고기를 자주, 많이 먹기 위해 희생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기를 더 많이, 더 싸게 먹기 위해 인류가 만든 공장식 축산은 실제로 건강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굉장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자동차나 비행기, 석탄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도 물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서는 인류가 석탄 기반의 산업체계를 대체에너지로 시급하게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공장식 축산업이다.

네덜란드 하원 의원 ‘마리안느 티에마 Marianne Tiema’의 유명한 연설인 Meat the Truth에서 그는 진실을 알려준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8%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배출된다. 반추동물인 소가 내뿜는 가스와 배설물이 그 대부분이다. 자동차, 비행기 등 지구 위의 모든 탈 것 및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13%라고 한다.

누가 설마 소의 트림과 방귀가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식 중 많은 부분이 진실과 다르다. 육식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도 그렇다. 자본과 다국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매트릭스인 셈이다.




마우이에서 만난 방목 사육 소와 강원도 작은 농가에서 만난 소. 자연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키우고 먹는 시대는 지났다. 작은 규모로 소를 키우면서 옥수수와 콩 대신 소가 본래 먹어야 하는 풀을 먹여 키우는 농가는 이제 찾기 힘들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기는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거대 산업의 생산품이다.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여길 수 있지만, 고기를 키우는 현재의 방식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공장식 축산에서 생명은 오직 인간이 먹기 위해 물건처럼 다루어지고 최저 비용, 최대수익을 목표로 한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이라는 비유가 있다. 조천호 전국립기상과확원장의 현실적인 비유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한다는 말에 현 인류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천호 박사의 말씀에 의하면 현재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했는데도 곳에 따라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발생해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유럽은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을 경험했고 당장 국내에서만도 농부들은 해마다 가뭄이 극심해진다고 했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언제나 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10년마다 거의 0.2도씩 데워지고 있는데 인류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경에 기온 상승이 1.5도에 달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조천호 박사는 석기시대가 돌이 모자라서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인류는 화석연료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새로운 시대로 시급하게 변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환경부가 2019년 8월 1일 발표한 〈폭염 위험 지도〉. 환경부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폭염의 빈도 및 강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사회 과학 연구의 변방의 주제가 아니라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한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최근 영국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캠퍼스에서 쇠고기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소고기가 결정적인 원인임을 인식한 모범적인 실천사례다.

반면 국제적인 규모의 여러 환경단체에서는 육식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지원을 했던 〈소에 대한 음모, Cowspiracy〉 다큐멘터리에서는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의 천연자원을 어떻게 훼손시키고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는지, 이러한 위기를 환경 단체들이 왜 무시해왔는지를 알리고 있다.

거대한 축산 산업이 미국 내에서 환경단체들에 가하는 로비의 힘이 막대하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가장 빠른 대응은 식습관의 변화다. 즉 탄소 배출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이 먹는 모든 식품군 중에 소와 돼지 등 육식 기반의 식사에서 탄소 배출량이 월등하게 많다. 영국의 웹사이트 ‘비거니즘 임팩트’에서는 인류가 식물 기반의 식사로 전환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이점을 퍼센트로 알기 쉽게 보여준다.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채식이든 육식이든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먹을 권리를 박탈하지 말라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채식인들을 사이비 종교단체와 비교하는 혐오까지 망설이지 않는다. 육식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 끼의 육식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취향을 넘어서서 많은 선택을 담고 있다. 기후변화 가속화에 동참하는 것, 공장식 축산에 돈을 보태주는 것, 우리 자녀 세대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살피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행하는 과한 육식은 인류가 살기 위해 행하는 최소한의 살육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발전되고 탄생한 공장식 축산업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지구환경 피해를 일으켰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의 입맛을 위한 선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대안으로 육식 줄이기에 동참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럽 주요 선진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정부 차원의 육식 줄이기를 권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육식은 절대 먹지 말자’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시급하다. 채식이냐 육식이냐를 구분하고 편 나누기를 할 것이 아니라 식물 기반 식사는 이제 인류 생존에 필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식물 기반의 식습관은 인류가 맞닥뜨린 현실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실천이다. 개인이 바뀌고 소비자와 사회가 바뀌면 산업도 바뀌는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 화석연료 폐지를 위한 준비,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대책이다.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 달린 문턱 값이 기온 상승 1.5도다. 차가운 물에 집어넣고 천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다가 결국 죽는다. 우리는 지금 뜨거운 지구의 개구리라는 것을 인식해야겠다.

강하라 작가·심채윤 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