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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나는 수정…개신교회 흔적 지우고 성당으로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0 종교 18면 기사입력 2019/08/19 18:46

구 수정교회…그리스도대성당을 가다

교회 파산 후 가톨릭이 매입
건물은 교회 성쇠 품고 있어

7700만 달러 내외관 공사
7년 공사 후 지난달 문 열어

그리스도대성당 내부의 모습. 제단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리스도대성당 내부의 모습. 제단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김대건 신부 성유물도 봉안
건물 보러 온 방문객도 많아


수정이 다시 빛나고 있다.
가든그로브 지역 ‘그리스도 대성당(Christ Cathedral)’은 과거 개신교의 ‘수정교회’였다. 오렌지카운티 가톨릭 교구는 지난 2010년 파산 신청을 한 수정교회를 5750만 달러에 매입(2012년 2월·총 8만8000스퀘어피트), 7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난달(7월17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축성식이 거행된 지 정확히 한 달째인 지난 17일 그리스도 대성당을 찾아갔다. 교회 건물 자체는 아직도 남가주의 랜드마크로 인식된다. 이름처럼 마치 수정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유리 외관은 멀리서도 빛날 만큼 화려하다. 아름다운 건물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 자태 앞에서 신앙의 본질을 물었다.

17일 오후 3시 그리스도 대성당 앞. 온통 유리로 둘러싸인 성당을 올려보다가 눈을 찡긋 감아버렸다. 외벽 유리에 반사된 햇빛에 순간 눈이 부신 탓이다.

제단 중앙에 달려있는 십자가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공수한 강철로 제작됐다. 그 뒤로 1만 6000개 이상의 파이프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오르간도 보인다.

제단 중앙에 달려있는 십자가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공수한 강철로 제작됐다. 그 뒤로 1만 6000개 이상의 파이프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오르간도 보인다.

그 옆으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유리 첨탑은 대성당에 찬란함을 덧칠하고 있었다. 유리 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휴대폰을 꺼내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여럿 보인다. 놓칠세라 사진기를 꺼냈다. 건물의 위용은 수십 걸음을 뒤로하고 나서야 카메라 렌즈에 모두 담길 정도다.

제단을 마주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

제단을 마주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

성당 입구 바닥에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문장이 새겨져 있다.

성당 입구 바닥에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문장이 새겨져 있다.

스티븐 레이쉬(시애틀ㆍ사진 작가)씨는 "가톨릭 교인은 아니지만 워낙 유명 명소라서 캘리포니아에 방문했다가 잠시 들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며 "현대식 종교 건물은 유럽의 고풍스러운 양식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질은 종교를 치장한다.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그리스도대성당에 따르면 가톨릭교구는 건물 리모델링에만 7700만 달러의 돈을 썼다. 매입가까지 더하면 무려 1억3000만 달러 이상이 쓰인 셈이다.

성당 내부로 걸음을 옮기던 중 입구 바닥에 새겨진 글귀 하나가 눈에 띄었다.
'miserando atque eligendo(자비로서 부름 받은)'.

예수회 로고가 박힌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문장이다. 표식은 더 이상 개신교회가 아닌 가톨릭 성당의 영역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내부 공사는 곧 과거 개신교의 비탄이 가톨릭의 환희로 뒤바뀌는 과정이었다.

성당 직원(제임스)은 "본래 유리로 돼있던 교회의 문(bishop's door)도 20피트 높이의 청동문으로 교체했고 바닥도 모두 대리석으로 바꿨다"며 "제단 밑에는 베트남인 사제였던 성 안드레아 둥락(1785-1839)을 비롯한 한국의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 등 일부 성유물도 봉안돼있는데 이는 오렌지카운티가 다문화적 요소에 기반한 도시라는 점과 연결되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톨릭의 색채는 곳곳에 짙게 묻어난다. 5만5000개의 금속 타일과 불투명 유리로 꾸며진 모자이크속 성모 마리아는 온화한 모습으로 말 없이 제단을 마주하고 있었다. 제단 위 예수가 달려있는 크룩스 젬마타(crux gemmataㆍ그리스도와 열두 제자를 뜻하는 열세 개의 보석이 박힌 십자가)가 성당 내부에 정숙함을 묵직이 얹고 있었다.

제단을 두르고 있는 촛대는 다소 무색해 보였다. 유리벽을 통해 내부로 스미는 햇살만으로도 성당 내부는 충분히 화사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직원은 "UV차단이 가능한 1만1000개 이상의 햇빛가리개를 새로 달았는데 0~45도까지 피고 접을 수 있어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며 "게다가 성당 내부 디자인은 음향 효과를 높이기 위한 특별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곧 미사가 시작되기 전이다. 2000석 규모로 줄지어 있는 고동색 장의자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묵상하는 신자들도 보였다. 가톨릭 특유의 전통적 분위기와 현대식 건축 양식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곳에서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미사를 알리는 사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려 교회가 지나온 과거를 유추했다. 신(神)을 향한 인간의 울림은 분명 과거 이 장소에서 예배했던 개신교인들의 귓가에도 동일하게 닿았으리라. 그때의 울림은 영혼을 투과하기보다 번영을 지향했다. 그러자 종교를 매개로 풍요를 바라는 인간의 숨겨진 욕망이 반응했다.

수정교회를 건축했던 로버트 슐러 목사의 닉네임은 '드리머(dreamer)'였다. 그는 늘 설교단에서 '꿈'을 외쳤다. 그와 교인들이 좇았던 꿈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영혼의 변화보다 인간의 꿈을 갈망하자 교회는 비대해졌다. 교인들은 그걸 성공의 척도로 여겼다. 교회의 심각한 오도였다. 문득 논란이 되고 있는 오늘날 몇몇 교회들의 모습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모든 실존은 유한하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진리다. 영원히 좇을 것만 같았던 세상에서의 꿈도 종착역이 있었다. 당시 수정교회의 폭주는 그 지점에서 강제로 멈춰야했다. 허상은 결국 껍데기(건물)만 남겼다. 개신교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동안 텅 비어있던 공간은 이제 다시 인간의 기도 소리로 메워지고 있다. 사방으로 흩날리던 울림은 다시 돌아와 귓가를 맴돈다.

웅성거림에 조용히 눈을 떴다. 제단 위 십자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인간은 진정 무엇을 갈구해야 합니까."

십자가에 달려있는 예수는 아무 말이 없다. 대신 종교의 성쇠를 품고 있는 건물을 보며 그 답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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