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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효과, 경찰도 모른다

장열·장수아 기자
장열·장수아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0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9/08/19 21:01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왜? (2) 심야 현장 르포

경찰 "위반건 따로 취합 안 해"
벌금 징수하려는 '덫' 의구심

LA한인타운 웨스턴 길을 따라 설치된 우회전 금지 표지판들. 왼쪽부터 오크우드에비뉴와 웨스턴 북쪽 방향, 2가와 웨스턴 남쪽 방향, 2가와 웨스턴 북쪽 방향, 메이플 우드 에비뉴와 웨스턴 북쪽 방향. 김상진 기자

LA한인타운 웨스턴 길을 따라 설치된 우회전 금지 표지판들. 왼쪽부터 오크우드에비뉴와 웨스턴 북쪽 방향, 2가와 웨스턴 남쪽 방향, 2가와 웨스턴 북쪽 방향, 메이플 우드 에비뉴와 웨스턴 북쪽 방향. 김상진 기자

웨스턴 애비뉴와 메이플우드 애비뉴에 있는 LA고려사 앞은 심야 우회전 금지 지역이다. 금지 표지판은 성매수 운전자가 길가에 서 있는 성매매 여성을 태우기 위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표지판 아래서 고려사의 묘경 스님께 물었다.

"스님, 요즘 한인타운 모습이 어떻습니까?"

묘경 스님은 10년째 고려사 주지를 맡고 있다.

"예전엔 길바닥에 콘돔이나 주삿바늘 같은 게 많이 떨어져 있긴 했지. 그런데 다 옛날 이야기야. 이제는 그런 거 안 보여."

한인타운 성매매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밤거리의 실상을 확인하려고 취재팀은 금요일마다 4차례 자정쯤 웨스턴 길에 가봤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주 목격된다면 우회전 금지 표지판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지판은 실효성 없이 불편만 가중시키는 행정이다.

한인 업소가 즐비한 4가, 5가는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웨스턴 길을 따라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설치된 골목 골목을 살폈다.

표지판이 설치된 5가부터 북으로 로메인 스트리트까지 차를 몰았다.

수십 차례 웨스턴 길을 오간지 2시간째. "어? 저기! 저기!"

야한 옷차림의 라틴계 여성이 표지판이 붙어있는 마라톤 스트리트 대로변에 서있었다. 단순히 옷만 야한 것일 수 있다. 자칫 매춘 여성으로 단정하고 접근했다가는 면박을 당할지도 모른다. 취재기자가 여성과 눈빛 교환을 위해 휘파람을 불면서 수차례 차를 돌려가며 주변을 배회했다.

"아무래도 (매춘 여성이) 맞는 것 같은데…."

해당 여성에게 성매매 여성 여부를 확인하려 취재팀의 여기자가 차에서 내렸다. 여성은 짙은 화장에 속옷이 다 비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기자임을 밝히고 표지판을 가리켰다.

"혹시 이거 왜 설치됐는지 아세요?"

여성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잘 모르겠다"며 "(이유를 들은 뒤) 저 표지판이랑 그 짓이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되레 비웃는다.

이 여성을 포함해 약 한 달간 매주 금요일 자정에서 이튿날 새벽 3시까지 현장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은 5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한인타운과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표지판의 의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우회전 금지 단속효과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고, 인근 업주들과 웨스턴길을 지나는 운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었다.

현재 웨스턴 길에는 수십여 개의 한인 업소가 영업중이다. 본지는 웨스턴 길에서 최소 5년 이상 된 주요 한인 업소와 기관 등 30곳을 선정해 우회전 금지 표지판 인식 여부, 설치 이유 등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표 참조>

표지판의 실체와 목적 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업소는 단 8곳이다. 대부분 왜 금지판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다. 시정부에서 세웠으니 필요해서 했겠지라는 '착한 믿음'들이다.

웨스턴 길의 유명 조개구이집 '제부도'는 영업 시간이 오전 2시까지다. 하지만 업소 앞 메이플우드 길은 밤 11시에 우회전이 금지된다. 몰 앞으로 작게 나있는 진입로를 통해서만 자동차가 오갈 수 있다.

제부도 직원 캐런 김씨는 "밤 늦게 오는 손님들은 여러모로 불편해 한다"며 "나 역시 집이 이 근처인데 표지판 설치 목적이 성매매 때문이라니 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심야 우회전 금지 정책은 7년째 시행중이다.

웨스턴과 5가에서 15년째 애견숍 '코코그루밍'을 운영해온 존 최 사장은 "그동안 시정부나 경찰로부터 우회전 금지 조치와 관련한 공문을 단 한 장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매춘을 줄이려면 순찰 인력을 늘려야지 왜 황당하게 길마다 우회전을 금지하느냐"고 성토했다.

우회전 금지 위반에 따른 금전적 대가는 크다. 적발시 벌금은 최소 237달러다. 만약 표지판을 못보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잘못 틀었다가는 벌금은 물론, 운전학교 수강료, 교육 시간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지는 LA경찰국에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위반건과 관련, 티켓 발부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한인타운 관할지서 올림픽경찰서의 패트리샤 산도발 서장은 "해당 표지판의 위반 건수는 따로 취합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단속 효과를 검증할 데이터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경찰조차 단속 효과를 모르고 있으니 벌금을 걷기 위한 '티켓 트랩(ticket trap)'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우회전 금지판은 그 존재 자체가 한인타운에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 올해 초 한인 여성과 결혼한 로버트 히달고(25)씨는 웨스턴 길과 엠우드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히달고 씨는 "한인타운은 결혼 전에도 자주 놀러왔던 곳인데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볼 때마다 의아했다"며 "한류의 영향과 여행객 등으로 한인타운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 저런 표지판은 한인타운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A시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에 '성매매 근절'이라는 확고한 명분을 담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은 새빨간 금지 표시 대신 '물음표'가 더 어울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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