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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카더라' 치료법의 달콤한 유혹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8/20 20:26

얼마 전 50세 된 지인의 남편이 사망했다. 그는 B형 간염이 초래한 간경변증을 앓던 환자인데 명의의 진료를 꾸준히 받고 있었고 사망할 정도로 위독한 상태도 아니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은 의외였다.

B형 간염은 국내에 백신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인구의 10%가 바이러스를 보유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병이었다. 다행히 1985년 백신이 도입되고, 1995년에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국내 어린이·청소년층의 바이러스 보유자는 0.2%에 불과하다. 물론 성인층의 바이러스 보유자, 중년층의 만성 간염·간경화증·간암 환자 비율은 여전히 높다.

만성 간질환에 대해선 아직까지 완치 약이 없다. 따라서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병의 진행을 막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100가지 명약보다 몸에 해로운 물질 단 한 가지라도 함부로 섭취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간은 우리 몸에 들어온 모든 물질을 처리하는 화학공장이기 때문에 독성 물질을 섭취하면 처리 과정에서 간세포가 파괴된다.

안타깝게도 만성병 환자는 이 단순한 수칙을 지키는 일도 쉽지 않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주는 거짓 상술에 쉽게 빠져든다.

'예로부터 사용하던 특효약'이라거나 '병원이 포기한 환자를 여럿 살렸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은 분명 '악마의 유혹'이지만 환자나 보호자에겐 달콤한 희망의 메시지로 들린다.

지인의 남편 역시 10년 이상 지속된 명의의 '지루한' 처방과 조언보다 "병원 치료를 끊고 이 제품을 복용해 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건강식품을 몇 달 복용해도 병세는 오히려 악화됐다. 그래도 판매원은 "암 환자도 고쳤다. 우리를 믿고 병원에 가지 말고 계속 복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그러다 급기야 환자는 간경화증의 합병증인 정맥류가 터지면서 피를 토했다. 급히 수혈을 하면서 정맥류를 치료해야 하는 의학적 응급상황이다. 이때도 환자는 판매원을 불렀고 "병이 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이니 걱정 말고 집에 있으라"는 말을 따랐다. 출혈은 밤새 계속됐고, 다음날 아침, 의식이 몽롱해진 상태에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환자는 얼마 안 가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다.

현대의학은 이보다 더 위중한 간경변증 환자라도 생체 간이식 수술을 통해 85%의 생명을 구한다. 사망한 환자는 간 이식수술을 받을 단계조차 아니었다. 따라서 명의의 '답답해 보이는' 진료를 받으면서 건강관리를 했다면 지병을 가진 채 평균수명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악마적 상술은 만성병이나 암 같은 난치병뿐 아니라 재발이 잦은 비만, 신종 플루 같은 새로운 질병 앞에서도 어김 없이 날뛴다. 이런 유혹에 의연히 대처하기 위해선 믿을 만한 주치의에게 엉터리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자문을 얻고, 치료를 위한 명확한 지시를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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