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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것밖에 없어?" 아침마다 불호령

중앙일보를 만드는 사람들 <4>사회부
'물 먹을까' 매일 긴장감
발로 뛴 기사 뒤엔 '희열'

사회부는 한인사회의 눈과 귀가 되고자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모두 취재를 거쳐 지면에 실린다. (맨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 장수아, 황상호, 장열, 정구현(데스크), 김형재, 홍희정 등 6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사회부는 한인사회의 눈과 귀가 되고자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모두 취재를 거쳐 지면에 실린다. (맨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 장수아, 황상호, 장열, 정구현(데스크), 김형재, 홍희정 등 6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12일 오전 8시30분. 공식 출근 시간 1시간 전, 편집국은 아직 고요하다. 적막한 분위기와 달리 이미 마음과 몸이 부산하다. 아니 심한 압박감이 몰려든다.

입사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긴장감을 단 하루도 떨친 적이 없다. 일단 선배들이 출근하기 전 타 언론사 기사부터 재빨리 살펴야 한다. 만약 어제 놓친 사건(신문사에선 '물 먹었다'고 표현)이 발견되면 그날 하루는 제삿날이 된다.

"휴…다행이다. 물 안 먹었네." 안심할 틈은 없다. 주요 외신 및 로컬 뉴스를 미리 스크린 해둬야 한다. 아직 막내라 손이 느린 탓에 1시간 빨리 출근하는 이유다. 그 다음 번개보다 빠른 전화 돌리기가 시작된다. 당일 공공기관 주요 일정, LA지역 호텔 및 식당의 한인 관련 행사, 단체들 기자회견 일정 등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 기본 업무를 끝내 놓으니 하나 둘 씩 선배들이 출근을 한다. 선배들은 막내의 수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아씨, 일찍 나왔네"라며 신문부터 펴든다.

오전 10시30분. 국장과 데스크들의 지면회의 시간을 앞둔 시점. "후유…" 지면을 짜던 정구현 데스크의 한숨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야, 뭐 없어? 취재 기사가 이게 전부야?"



데스크의 한마디에 선배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신문사는 서열 사회다. 데스크는 차석인 장열 선배부터 방으로 불러 한참을 깬다. 압박은 그렇게 한 단계씩 아래로 전달된다. 이어지는 김형재 선배의 불호령. "수아씨, 어제 이 사건 일어난 거 몰랐어요?" 가뜩이나 유리 멘탈인데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황상호 선배는 취재 수첩을 챙겨들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나선다.

사회부에는 여기자가 나까지 둘이다. 친언니 같은 바로 위 홍희정 선배가 눈빛으로 말한다. "수아야, 힘내."

점심을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야, 장수아. 기사 왜 안 올려?" "부장님…아직 다 못썼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마감시간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기자의 숙명이다.

그럼에도 사회부는 묘한 마력이 있다. 내가 쓴 기사에 독자들이 반응하고, 커뮤니티가 바뀌는 걸 볼 때면 그 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문제,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훼손 사건, 불통 한미박물관, LA시의회 의정활동 보고서, 웨스턴 길 우회전 금지 표지판 등 우리 사회부만의 특종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발로 뛴 기사는 독자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고마워요." "저도 그런 일 겪었는데 제보할 거 있어요."

누가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했나. 기사와 독자와의 거리는 여전히 가깝다는 게 신참기자가 본 '팩트'다. 이는 고단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사회부가 돌아가는 힘이기도 하다.

사회부 기자에게 취재 영역은 따로 없다. 이웃의 경사부터 커뮤니티 이슈까지 한인들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이 모두 '기삿거리'다. 그 맛에 오늘도 버틴다.

& 사회부 기자들

"열심히보다 잘 하기"
데스크 정구현 부장


행간을 읽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마침표와 쉼표 사이 쓰고 지운 흔적을 따갑게 가려낸다. 거침없는 글이 '사실을 적은 글(기사)'이라는 당연한 요구다.막힘없는 기사는 주저함이 만든다. 결핍이 채운 완성과 같다.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글은 편하게 읽힌다. 사회부는 그 기본을 가장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부서다. 그래서 사회부 기자에게 취재 영역은 있지만 없기도 하다. 누구건, 언제든, 어디서건, 무엇이든, 어떻든, 어째서건 으례 사회부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들 여긴다. 억울한 업보를 사회부는 목표로 꿴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자'다. 사회부 기자는 6명, 평균 연령 36세다. 다들 잘하는 기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18년 신문사 밥을 먹으면서 14년을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여전히 글 쓰기 전 수없이 머뭇거린다. 행간을 읽는 독자들 덕분이다.

익명뒤로 숨지 않겠다
장열 차장


13년차로 접어드는 내겐 솔직히 '기자 정신' 같은 건 없다. 다만, 기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상 육하원칙과 기본적인 사실 관계는 정확히 취재하자는 주의다. 그게 기자의 본분이라 여긴다.

사회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경제부, 기획취재부, 특집부를 거쳐 다시 사회부로 회귀했다. 현재 법조계와 종교를 담당하고 있다.

세속과 영성의 영역을 오가며 수많은 이를 마주할수록 거창하게 ‘나’를 꾸미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것보다, 일상의 성실과 내실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취재나 기사 작성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익명’ 뒤로 피하는 안전한 기사보다 ‘실명’ 명시를 선호한다. 설령 욕을 먹어도, 소송의 위험이 따른다 해도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고 탄탄하게 기사를 작성하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기록하는 업 충실할 터
김형재 차장


사춘기 소년은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다. 학보사 근로장학생 하다가 우연히 '기사'라는 것을 쓰게 됐다. '맛'을 알았다. 글을 쓰고 원고료(당시 기사 한 꼭지당 2만 원!)까지 받게 된 신비감. 그 뒤로 관련 업종을 탐색(?)했다. '국문과는 굶는과'가 아니었다.

2008년 3월 4일 미주한국일보 입사, 2016년 4월 1일 미주중앙일보로 적을 옮겼다.

'기자'는 기록할 기(記)에 놈 자(者)를 쓴다. 인간사 세상사 기록하는 놈이다. 12년 동안 많은 분을 만나고 듣고 기록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근데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분은 더러 있다. 보람과 아쉬움이 든다. 인생은 낭만이다. 좋아하는 일 하며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감사하다.

보석같은 한인 찾겠다
황상호 기자


환경 오염으로 썩어가는 울산 태화강 가까이서 자랐다. 학교 신문 스크랩 숙제로 환경 관련 기사만 오려 붙였다. 환경 운동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환경학을 공부하려면 대학 공과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접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 저널리즘학을 공부했다. 9년 전 SBS 충청북도 네트워크사인 청주방송에서 방송기자로 시작했고 2년 전 미국에 왔다. 그 때부터 LA중앙일보에서 일하고 있다. 개인사와 현대사가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면 흥분한다.

이민자들의 역경과 도전, 성공 혹은 실패 스토리를 듣고 싶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한인들을 만나고 싶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당신의 아름다운 가치를 발굴하겠다.

현장 목소리 담아내고파
홍희정 기자


2009년 9월, 한국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한경닷컴 문화.연예부 소속이었다. 그 후 포항 KBS에서 라디오 시사 리포터로 활동을 했다. 수십 년 포항에 거주한 사람들도 모르는 곳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취재했다.

매일 리포트를 만들어야 했다. 가장 힘든 기간이었지만, 취재에 대한 기본을 배우고 기자에 대한 열망을 가지게 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후 tbs, KTV에서 방송기자로 근무하며 서울시 및 정부기관을 출입했다. 축구를 좋아해 K리그를 담당하기도 했다. 주말 앵커도 잠시 맡았다.

그리고 2년 전 이곳으로 와 경제부를 거쳐 현재 사회부에서 비영리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다. 현장을 누비고 그 속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항상 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겠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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