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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사법개혁 보다 교육개혁이 먼저다

김윤상 / 변호사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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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8/26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9/08/24 13:29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이 세 가지 있어야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 가능하다." 몇년 전 한국에 나갔을 때 중학교 아들을 둔 친구가 한 말이다. 사회를 조롱하는 듯한 친구 특유의 웃음섞인 말투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명문대 입학은 공부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공부를 잘 할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대학 등록금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해 공부만 잘해서는 갈 수가 없게 됐다.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나왔던 고대부터 여성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남성보다 남달랐다. 하지만 맹모는 인성교육이 완벽하게 된 아들 맹자를 만들었지만 지금 세상의 맹모삼천지교를 하는 엄마들은 오직 명문대 입학에 올인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했었다. 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한국에서는 전국민의 교육열이 높지만 미국은 특정 계층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계층의 교육열을 보면 미국도 한국 못지않다. 얼마 전 터진 대규모 입시비리 사건은 그런 세태를 반영한다.

두 나라 모두 대학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학을 안 나오면 이등시민 취급을 받는다. 대학을 나오더라도 대학 이름에 따라 계급이 갈리고 미래가 달라진다. 당연히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길 바란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입으론 공정사회, 정의사회를 외치지만 자기 자식들에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현상이 생긴다.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교육의 과열현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미친' 수준에선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길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률적인 입시시험을 부활하고 필요없는 스펙쌓기를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시행하기엔 너무 늦었다. 먹이사슬들이 얽히고설켜서 가장 간단한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면 밥그릇을 잃거나 줄어들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입시제도는 좋은 뜻에서 만들어졌지만 완전 실패했다. 공부만 잘하는 로봇이 아닌 전인교육의 인격체를 양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또한 입시제도가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불리하다. 인간의 품성은 고교 때 커뮤니티 봉사와 인턴십을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어느 상황에서나 불리하다.

부모들의 재력과 연줄이 있어야 스펙쌓기를 할 수 있고 과외도 받을 수 있는 현 입시제도보다는 원시적(?)이었던 원래 입시제도 시스템이 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집 아이들도 부잣집 아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

세상은 점점 경제적으로 양극화되고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입시제도 개혁이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걸 대학 자율에 두기 때문에 지금의 시스템이 고착화됐다.

미국은 정서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하는 게 아니라 배가 아픈 DNA가 흐른다. 이웃이 잘되면 내가 불행하다. '누구는 부모 덕에 혜택을 봤는데…' 하며 자신을 불행하게 생각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특혜 논란이 한국에서 가열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사법개혁을 할 때가 아니라 교육개혁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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