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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20편 번역한 이미도, 못잊을 명대사는 "네가 기적이 돼라"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24 17:12

"영화에서 배웠다...인생도 '변화'가 중요해 "
외화 번역에서 산문, 시 창작으로
3년 전 55세에 새 도전 "언어의 힘"
잊지 못하는 명대사 "직접 기적이 되어라"



외화번역가 이미도씨는 "내가 번역한 모든 영화의 주제는 '변화'였다. 나는 영화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미도씨가 번역한 영화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슈렉'. [사진 뉴출판사]





"우리는 자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의 시작은 곧 좋아하는 걸 하는 것입니다."
"저는 또 떠나려 합니다. 포장 안 된 길에 올라 시를 짓고 산문을 짓기 위하여. 새 책을 쓰기 위하여…."

20여년간 수많은 외화의 자막을 번역하며 이름을 알린 외화번역가 이미도(58) 씨가 신간 『이미도의 언어 상영관』(뉴출판사)에 적은 말이다. 그가 직접 쓴 25편의 시와 25편의 산문을 함께 담은 책이다.

22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그는 "오랫동안 번역 일을 해오면서도 항상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나의 글을 쓰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화 번역가다. 1993년 영화 '블루'의 자막을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그간 외화 520여 편의 자막을 번역했다.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윅스, 월트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물론 '반지의 제왕' 3부작 등 수많은 명작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미도는 평소 "나의 영혼은 8할이 영화로 구성돼 있다"며 "영화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채워지지 않는 창작욕
평생 외화를 번역하는 일에 매진한 그였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바로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엔 처음으로 영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 주로 어린이와 성인들을 위한 영어 학습법을 풀어낸 책을 썼다. 그다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산문 쓰기였다. 영화를 번역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2016년에 55살인 그가 또다시 도전한 것이 바로 시 쓰기다.

"영화 자막을 번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짧게 압축해서 표현하는 훈련을 하게 돼요. 그런 훈련을 오랜 기간에 걸쳐서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떤 생각을 최대한 압축시켜서 표현하는 시를 쓰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자막을 번역하는 것과 시 쓰기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번역과 창작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재밌냐고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창작'이라고 답했다.




외화번역가 이미도씨는 "늘 나만의 작품을 쓰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우리의 가장 위대한 무기, 언어"
이번 책의 부제는 '외화번역가 이미도의 언어 예찬'이다. 책 곳곳에서 그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무기는 언어"라고 주장한다. 평생 언어와 함께 살아온 사람다운 발상이다. 그는 "호기심을 키우고 즐기고, 상상력을 키우고 즐기고, 창의력을 키우고 즐길 때 우리가 꺼내 드는 위대한 무기는 언어"라며 "언어가 없다면 호기심과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즐길 수 없다. 언어력을 키우려면 독서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작시 '만 권의 여행'을 통해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행은 온몸으로 떠나는 독서 / 독서는 영혼으로 떠나는 여행 / 어느 작가는 노래했지 / 나는야 화답하지 / 여행은 내 마음속 빈 지도에 위도 경도 등대를 채워가는 것 / 여행은 내 마음속 몰스킨 노트에서 수줍은 타는 동물들이 뛰놀게 하는 것 / 여행은 빈 종이로 떠나 만 권의 책으로 돌아오는 것'




이미도는 그간 번역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굿 윌 헌팅'을 꼽았다. [사진 뉴출판사]





"잊지 못할 영화는 '굿 윌 헌팅'"
그는 번역한 수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을 꼽았다. 이 영화는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내면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수학 천재인 윌 헌팅이 상담 치료를 통해 달라지는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너의 잘못이 아니다(It’s not your fault)'라는 치료사의 말은 이미도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명대사다.




이미도씨는 '브루스 올마이티'에 나오는 '직접 기적이 되어라(Be the miracle)'를 잊지 못할 명대사 중 하나로 꼽았다 . [사진 뉴출판사]





영화 속 또다른 명대사 "직접 기적이 되어라"
잊지 못할 또 다른 명대사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 2003)'에 나오는 '직접 기적이 되어라(Be the miracle)'를 꼽았다. 이 대사는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 주인공이 하늘을 탓하자 되돌아온 답이다. 이미도는 "하늘에 기적을 달라고 말하지 말고 너 스스로 기적이 되라는 충고인데,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대사"라고 설명했다.

이미도는 모든 영화를 '변화'로 요약했다. 그는 "내가 번역한 모든 영화를 보면 빠트릴 수 없는 공통된 주제가 '변화'였다"며 "어떤 소재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에 상관없이 모든 영화는 항상 처음과 끝이 달라져 있고, 무엇인가 변해 있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영화가 인생의 축약본이라는 점에서 능동적인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영화를 통해 배웠다"고 전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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