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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힘 빼고 살기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힘 빼라. 머리 들지 마라." 힘 빼는 데 적어도 3년은 걸린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말해준다.

무슨 운동이든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도 골대 앞에서 절호의 골 찬스를 공중으로 날려버리는가 하면, 홈런 타자 야구선수도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좋은 공을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하기도 한다.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탓이다. 탁구를 칠 때도 좋은 스매싱 기회에서 그냥 가볍게 치면 될 것을 힘이 들어가면 헛손질을 하거나 완전히 방향이 빗나가는 황당한 타구가 나오기도 한다.

아직 초보에 불과하지만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어떤 글은 내가 보기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과도하게 포장돼 있거나 수식돼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반감되는 걸 보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욕이 앞서고 자신감이 넘쳐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나 충고는 귀담아 듣지 않고 일을 밀어붙이다가 난관에 부딪혀 좌절하고 난 후에는 후회가 뒤따른다. 조금 유연하게 여유를 가지고 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뒤늦은 깨우침을 얻게 된다. 가끔은 멈춰 서서 뒤돌아보며 힘을 빼고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람 부는 날 골프를 치다 보면 맞바람이 불 때나 뒷바람이 불 때도 힘이 들어가면 샷이 더 망가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뒷바람이 불어 줄 때는 그냥 가볍게 공중에 띄워놓기만 하면 불어오는 뒷바람에 저절로 공이 더 멀리 가는 걸 경험했다. 인생에서 만나는 맞바람이나 뒷바람에도 당황하지 말고, 힘을 빼 가볍게 내 인생의 주사위를 띄워 놓기만 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 다음은 자연의 섭리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젊은 시절에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인 양 객기를 부려 일을 그르친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욕심과 고집 그리고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의 환상에 빠져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을 볼 때 반면교사로 삼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인 힘은 자연히 빠지게 마련이다. 아직 체력적으로는 크게 힘이 빠진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이제 곧 골프장에서도 시니어들이 이용하는 화이트 티로 밀려날 것이다.

힘을 쓸 때와 뺄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로는 다 내려놓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주위에 아직 잘나가고 잘사는 사람들을 보며 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면 언제나 제대로 힘을 빼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는 처음 골프를 배우던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 '힘 빼고 머리 들지 말고' 제대로 한번 잘 쳐봐야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만 해도 벌써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힘을 뺀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송 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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