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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우리 인생의 '프리웨이'

박영혜 / 리버사이드
박영혜 / 리버사이드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8/28 19:59

프리웨이를 운전할 때 교통 흐름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잘 달리다가도 사고 한번 나면 차는 멈춰설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교통이 꽉 막힌다고 해서 운전 내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몇 십년 만에 친구 정이의 편지를 받았다. 정이가 결혼할 때 주변의 염려가 많았다. 신랑 쪽 가족들이 정이와의 결혼을 반대해 결혼식장에서 거의 오지 않았다. 정이는 소아마비로 늘 목발을 짚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라 그랬는지, 그 애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정이의 아버지는 소아과 의사였다. 정이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책도 잘 읽고 글도 잘 썼다. 난 정이의 책을 많이 빌려 봤다. 나무 그늘에 둘이 앉아 공기 놀이도 하며 책 이야기도 많이 했다. 정이는 검정고시로 장애인을 받는 기독교 계통 일반 여고에 합격했다. 빙판에 목발을 짚고 가방 들고 버스를 타다가 넘어진 일도 많다. 정이는 공부를 잘했다. 명문대학 법대에 시험을 봤지만 합격이 안 됐다. 후기 대학에 갔다.

대학 졸업 때 강당에 모인 졸업생과 축하객들이 정이의 수석졸업에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정이는 고시를 두번 실패했다. 아버지와 엄마가 1년 사이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중매로 결혼을 했다. 정이의 동갑내기 남편은 성실했다. 중동 건설현장에도 갔었다. 정이는 영어를 잘하고 모든 일에 성실했다. 개인 영어 과외교사로 이름이 알려졌고 쉬지 않고 일했다. 딸을 낳았다. 외동인 딸도 공부를 잘 했고, 딸은 대학에서 동급생 신랑감을 만나 일찍 결혼도 하고 교사가 됐다. 정이에게서 노후에 경제적 염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이는 초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인생도 도로와 같다고 생각한다. 막히고 풀리 듯 힘든 때가 있으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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