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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상 무너져 내리면 해운대·뉴욕 다 잠긴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8/29 13:02

유규철 장보고기지 대장 인터뷰
영하 40도 남극에서 1년간 체류
극야 땐 100일간 '칠흑' 밤 이어져
"온난화 관측 등 과학연구 몰두"



 장보고과학기지 5차 월동대(2017.10-2018.11)를 이끈 유규철 박사가 남극기지용 유니폼을 입고 기지 생활을 설명해주고 있다. 최준호 기자





남극대륙은 지금 늦겨울 한파가 한창이다. 남위 74도37분. 동경 164도12분 테라노바 만에 자리 잡은 장보고과학기지는 극야(極夜)를 간신히 벗어났다. 겨우내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있었지만, 이제는 남극바다 수평선 조금 위로 5시간가량 걸렸다가 사라지는 쪽볕에 몸을 데운다. 이곳에는 지금 대한민국 극지연구소 소속 월동대원 17명이 일반인은 경험할 수 없는 맹추위와 A급 태풍을 무색케하는 활강풍을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유규철(52) 극지연구소 고환경연구부장은 1년 전 5차 월동대 대장으로 장보고기지를 지켰다. 1년간 대원들을 이끌며 장보고기지를 지킨 경험을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6개월 동안 중앙일보 온라인에 기획 연재했다. 지난 23일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를 찾아 유 부장으로부터 못다 한 얘기를 들었다.

-극한지역인 남극대륙에 과학기지를 두는 의미가 무엇인가.
“남극 과학기지는 지구의 과거와 현재 기후 관측, 태양풍과 자기장 측정, 천문 연구, 심우주 관측 등 다양한 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남극대륙 로스해변에 있는 장보고기지는 우리나라가 남극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ㆍ전초기지다. 내륙기지는 기후가 안정돼 구름이 거의 없다. 태양풍 등을 관측하는데 최적의 장소다. 과거 수천만년 동안 내린 눈이 쌓여 형성된 빙상(氷床)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빙상 수㎞ 아래 숨겨져 있는 빙저호(氷底湖)도 새롭게 떠오르는 연구대상이다. 빙저호 바닥의 흙은 남극대륙의 수천만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세계 각국의 남극 기지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른 나라 과학기지도 많이 진출해 있다는데.
“그렇다. 남극에는 1년 내내 운영되고 있는 상설기지와, 여름 한 철만 운영되는 하계기지 등 세계 29개국의 80개가 넘는 기지가 들어서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미국과 기지 경쟁을 벌이는 신냉전(冷戰)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도 1988년 처음으로 남극반도 끝자락의 킹 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세웠다. 2014년에는 남극 대륙 본토의 테라노바 만에 두 번째 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제 내륙 상설기지 개척을 위한 ‘K-루트 사업단’이 매년 극점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사실 남극은 협약에 따라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곳이지만, 엄청난 지하자원이 숨어있어, 열강들의 보이지 않은 영토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최근 남극대륙 연구의 최대 이슈는 뭔가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이다. 지구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 남극이다. 최근에는 빙상 윗부분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말 그대로 폭포를 이루는 곳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기후모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평균 2도 올라갈 경우 전 지구 해수면이 지금보다 3.3m 상승한다. 전 지구의 담수의 60%가 남극대륙의 얼음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운대ㆍ인천 송도는 물론 뉴욕 등 세계 주요 해안 도시들이 다 잠기게 된다. 문제는 이런 침수가 어느 순간 급격히 몰려온다는 것이다. 초대형 빙상들이 어느 순간 무너져서 바다로 갑자기 흘러 들어가면 1년 안에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극대륙에 있는 우리나라 장보고과학기지. 세종기지에 이어 두번째다. [사진 극지연구소]






-그럼 관련해서 어떤 연구를 하나
“과거 유사한 급속한 변동이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얼음과 해양 퇴적물 시추를 통해서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3년 전 발족한 해수면변동사업단이 대표적이다. 빙하의 빙벽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는 남극 지역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극야 기간의 남극기지의 환경이 궁금하다.
“극야기간 6월부터 시작해서 8월까지 약 100일간 계속된다. 장보고기지는 그때 24시간 칠흑같이 깜깜하다. 어설픈 새벽녘이 아니고 완전한 암흑이다. 다만 해는 없지만 달은 서울과 다름없이 뜨고 진다. 은하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시시때때로 오로라가 장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기간 최대 영하 40도, 최대 풍속 초속 50~60m의 활강풍이 눈보라와 같이 불어온다. 이럴 땐 기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남극대륙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본 극야의 하늘과 오로라. [사진 극지연구소]






-그럼 월동대원들은 어떻게 지나나
“밤이 계속되는 극야기간이 되면 실내에 갇혀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내가 있을 때는 아니었지만, 과거에는 대원 간 심각한 갈등도 있었다. 남극대륙 어느 나라 기지나 마찬가지다. 이런 걸 해소하기 위해 운동에 집중한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치료도 받는다. 달이나 화성 기지가 있다면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일본 영화 ‘남극의 쉐프’를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 먹는 것이 결정적이던데.
“정말 그렇다. 갇혀 지내다 보면 스트레스 때문에 식탐이 많아진다. 그래서 요리 대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요리가 맛이 있느냐 없느냐가 대원들의 일상생활을 좌우할 정도다. 예전 세종기지 폭력사건도 요리사와 다른 대원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입맛도 제각각 아닌가. 남극 기지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이 쉐프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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