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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북극 찬 바다에 부는 열풍

[LA중앙일보] 발행 2019/08/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8/29 20:05

1991년 4월 덴마크에서 45년 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문서가 공개됐다. 1946년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덴마크가 거절했다는 문건이다. 당시 미국은 매입 대가로 1억달러 상당의 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지금 시세로 12억~15억 달러 정도다.

미국의 그린란드 관심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 앤드루 존슨 대통령 시절에도 그린란드 매입이 시도됐다. 목적은 알래스카 매입으로 고무된 미국이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의 투자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46년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은 군사적인 목적이 컸다. 당시 미소 냉전체제에서 북극권에 그린란드 같은 전략 요충지가 필요했다. 미국 중앙부에서 러시아까지는 약 5500마일 거리이지만 그린란드에서는 3100마일로 가깝다. 폭격기가 출격해 신속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거리다.

당시 메인주 오웬 브루스터 상원의원은 "군사적으로 필요하다"며 매입을 제안했다. 국무부 관리 존 힉커슨은 "덴마크에게는 쓸모없는 땅이지만 미국 안보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덴마크 거절로 구입은 무산됐지만 미국은 툴레 공군기지를 그린란드에 설치했다. 덴마크 정부가 45년 동안 미국의 매입 의사를 숨긴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후 관련 아니면 뉴스에 등장할 일이 없었던 그린란드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덴마크로부터 '미친 짓'이라는 답을 듣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제안이 함축하는 의미가 크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2세기 동안 덴마크 식민지로 있다가 1951년 합병됐다. 1979년 자치권을 획득했고 2009년에는 사실상 독립을 선언했다. 자치권은 있지만 국방과 외교는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초록의 대지'라는 뜻이다. 982년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그린란드에 도착한 노르만족 에이리크 라우디가 정착민을 유치하기 위해 동토에 '그린'을 붙였다는 말이 전해진다. 하지만 에이리크가 도착한 남서부 지역은 여름철 온화한 기후로 실제 초록이 무성해, '그린'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린란드는 여름철에도 섬의 90%가 눈과 얼음에 덮여 있지만 에이리크가 도착한 지역엔 수목이 자란다.

최근 그린란드 등 북극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8개국은 북극해에 영토의 일부를 걸친 북극평의회 소속 국가들이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북극과 관련이 없지만 이들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2012~17년 사이 900억 달러를 이들 국가에 퍼부었다.

전통적으로 북극권의 맹주를 자처해 온 러시아는 "(중국은) 북극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다"며 견제에 나섰고 미국도 중국 진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극권은 개발의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매장돼 있고 우라늄, 금 등 희소 광물도 갖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자원 채굴이 용이해졌고 러시아 동북부에서 캐나다 북부해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극항로 개척도 가능해졌다.

북극은 더 이상 불모지대가 아니다. 무한한 잠재력의 신천지다. 세계 각국은 이미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트럼프의 매입 발언은 경쟁에 불을 붙였다. 북극 찬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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