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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이젠 국악도 K팝이다

우리는 지금 한류시대에 살고 있다. 한류가 세계적 문화현상의 하나로 인식된 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주 동포사회, 그중에서도 남가주의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돼 온 이민문화는 이 세계적 현상인 한류의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류는 우리 전통문화의 토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돼 온 한국인의 한국적 삶의 모습이며, 우리민족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있는 우리의 전통문화 그 자체이다. 표현 매개체의 방식이 무엇이든 그 모체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난 주 LA에서는 한류와 관련한 '일대 사건'이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 명창 안숙선이 두 곳의 크고 작은 무대에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25일 저녁 윌셔이벨극장에서 판소리 '흥보가' 전바탕을, 28일에는 LA의 소리꾼 서훈정의 공연 '조선의 흥'(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 찬조출연,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불렀다.

안숙선을 지칭하는 말 중에는 '국창', '한국의 프리마돈나'라는 표현들이 있다. 국악계에 수많은 명창이 존재해도 국창이나 프리마돈나로 불릴 수 있는 소리꾼은 안숙선 한 명뿐이다. 그처럼 한 예술가의 독보적인 위치가 자신만의 존재성과 유일성으로 자국과 세계에서 동시에 빛을 발하기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1991년 카네기홀을 시작으로 링컨센터,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로 이어지는 감동적 공연들은 안숙선의 소리가 지닌 세계성을 입증한 공연들이었다. 혼을 토해내는 그의 노래들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국경을 초월한다.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에는 다른 민족과 확연하게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세대간의 대물림 과정을 거쳐 재창조되는 신비로운 조화는 우리 전통예술이 지닌 우리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기능의 전승이 아니라 세대간의 특성이 상호 조화되어 새롭게 창출되고 그 가치가 재발견되는 전통문화의 계승 현장은 이곳 LA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판소리에 담긴 정서와 음악적 유산가치를 미국땅에 심고 이어가고 있는 소리꾼 서훈정도 주목 받을만 하다. 지난 주 이어진 일련의 국악행사들을 보며 서훈정의 숨은 공로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그가 주도하는 미주국악경연대회는 올해로 7회째 행사를 치렀다. 이 대회는 미주의 한인 2세들에게 한류를 인지하게 하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미주국악경연대회는 K팝 흥행의 전성기인 이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세와 2세들을 하나로 연결, 국악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미주에 뿌리내리겠다는 젊은 문화운동의 주체이다. 국악사랑의 취지로 모여,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국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인사회의 폭넓은 관심과 지지 그리고 후원이다.

5000년간 선대로부터 이어 내려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고 뿌리내리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전통문화에는 우리의 정서와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K팝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인들만의 음악이 아니다.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가치이다. 국악이 K팝이고 안숙선이 한류이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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