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싸움구경

와장창창 쿠다당. 분명 뭔가 부서지고 무너졌다. 바깥에 구경거리가 났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내 몸은 후다닥 슬리퍼를 신고 문밖을 나서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술기운이 벌겋게 오른 남자 둘이 뒤엉켜 씩씩대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모여들었지만 아무도 두 사람을 뜯어말리진 않았다. 유리문이 박살난 술집 아주머니만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안주일절'이라고 삐뚤삐뚤하게 쓴 볼품없는 골목어귀 술집 탁자는 드럼통 2개가 전부였다. 반찬거리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술과 안주를 팔고 있었겠지만 툭하면 술꾼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통에 매번 가게 유리문만 박살이 났다. 술이라고 해봐야 소주 아니면 막걸리 몇 잔이 오고 갔을 테지만 분노를 조절할 줄 모르는 어른들은 동네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잡종 개들처럼 으르렁대며 몸싸움을 했다.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오히려 싸움이 일찍 끝나면 뭔가 아쉽다는 듯이 머쓱하게 흩어졌다. 싸우는 내용을 모르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맞고 때리는 장면에서 파괴의 희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던 걸까.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교수에 대한 논란이 연일 뜨겁다. 눈만 뜨면 새로운 의혹이 튀어나왔다. 언제 한국 사회가 이렇게 청렴해졌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 또한 직접적이다. '한국 사회의 역린'이라는 딸의 학력문제, 가족의 수상한 재산증식문제 등 비리의 온갖 요소들이 드러났다.



시민의식이 높아진 탓일까. 청문회를 앞두고 생겨나는 갖가지 의혹제기는 청렴한 지도자를 찾으려는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의 부패는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특권을 가진 자의 혜택은 가진 게 없는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보았던 싸움구경만 하던 어른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데 다른 비리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이들이 한 가족의 영혼까지 무너뜨릴 심사인지 물고 늘어지고 있다. 장관 내정자의 가족들을 청문회장에 세우자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니 의도적으로 한 사람을 파괴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한국 사회는 지금 어떤 지도자를 찾고 있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깨끗해서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사회에는 트럼프 같은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흠결 없는 사람을 찾으려면 산속에서 도만 닦던 사람을 데려와야 할 것이다.

분열되고 갈등이 증폭되는 걸 보면 일단 법무부장관 내정자 흠집 내기는 성공한 듯싶다. 하지만, 만약 그 흠집 내기가 타인의 망가지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는 본성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는 실제로는 속담보다 더 비열하다. 싸움이 끝난 후에 박살난 유리조각을 치우는 일만 남는다.


권소희 / 소설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