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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2030, 그 이유 있는 반항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LA중앙일보] 발행 2019/09/0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07 23:07

"당신들이 나를 갈기갈기 찢고 있어요.(You're tearing me apart.)"

1950년대 반항의 아이콘 제임스 딘이 주연한 '이유 없는 반항 (Rebel without a Cause)'에서 그가 부모를 향해 쏟아낸 절규다. 기성세대에게 자식의 이런 반항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 제목처럼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으로 2030 세대의 분노가 온라인부터 대학가의 오프라인 집회로 확대되고 있다. 찻잔 속 태풍으로 치부하기엔 '화력'이 제법 매섭다. 2030의 분노에 대한 조 후보자의 태도나 586 운동권 세대인 친여 진영의 반응 역시 발화한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군부독재의 골리앗을 무너뜨린 586세대의 눈에 2030의 분노엔 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30년 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젊은이의 분노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지금 2030세대는 3년전 국정농단 사태 때도 똑같이 분노했었다. 586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2030의 분노는 수십 년 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집단 분노의 응집이 소위 '운동권'으로 지칭되는 중심세력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중심세력 밖의 비운동권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y세대와 z세대'라 불리는 30대 및 20대들의 심리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대인관계 양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상이하다. 오프라인 상에서 '다자간(multilateral)'이나 '양자간(bilateral)' 교류가 아닌 혼술.혼밥으로 대변되는 '혼자(unilateral)'만의 문화에 익숙해 있다.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구심형 네트워크 (centripetal network)'를 통한 다각적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각에서 이들을 '자기중심적이고 사회 공동체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이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가치관이 뚜렷하고 그런 만큼 자기주장이 분명하며 합리적'이다. 즉 586세대가 '공리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반면 2030 세대는 '개인적 가치'를 더 우선시한다. 여기서 두 세대 간의 결이 어긋난다. 586세대는 공리성을 우선시하다 보니 담론이 추상적이고 거대하다. 그런 만큼 보다 교조주의적이고 상의하달식 진영논리 문화에 함몰돼 자칫 공리의 실사구시라는 면에서 취약성을 보일 수 있다.

반면 2030은 '개인주의적 합리주의'에 그 뿌리를 둔다. 개인적 가치를 우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를 독립적 개인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뿐 아니라 타인의 가치도 동일 선상에서 존중한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고전물리학'보다는 '양자역학'에 가깝다. 물질 전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입자에 집중한다. 따라서 다양한 '입자'의 의견을 용인하고 사회적 공리도 '자기중심적 공리주의'로 승화한다. 그러니 실용적이며 강건하다. 이번 집회에서 보듯 '누군가'에 의해 주도되기보다는 '모두가 누군가'인 아테네식 담론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응집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진영논리가 자리할 공간이 협소하다.

막스 플랑크가 "과학의 발전은 장례식 숫자에 비례한다"고 말한 것처럼 시대의 가치관은 반대진영을 설득해 변천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가치관이 무대에서 퇴장하고 새로운 가치관이 이를 대체하면서 역사는 한 발자국 진전한다. 제임스 딘이 나약한 아버지의 모습에 반항해 떠난 것처럼 나탈리 우드가 훈계만 하는 아버지에 반항해 떠난 여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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