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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인사의 위로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0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9/08 11:26

인사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두 팔을 벌려서 맞이합니다.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사의 형태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두 팔을 벌리는 것과 주먹을 쥐는 것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화가 나면 주먹을 꽉 쥡니다. 두 팔을 벌리거나 손을 흔들거나 악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장면은 공격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부위인 머리, 그 중에서도 정수리를 남에게 보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믿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적에게 인사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한 동작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암흑의 세계를 보면 90도로 인사하고,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복종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닥에 엎드리는 절은 복종의 최고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왕이나 황제에게 왜 절을 여러 번 하는지도 공격, 권위, 복종의 차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엎드려 하는 절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사는 방어의 차원뿐 아니라 반가움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방어의 차원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반가움을 나타내는 것이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사를 하면서 밝게 웃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고 나의 기분도 좋게 하는 겁니다. 인사는 주고 받으면서 삶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나에게 기쁘게 인사할 사람이 많다면 행복한 겁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만 잔뜩 있다면 어쩌면 불행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인사가 만남의 형식인 것도 맞습니다. 이제 복종과 권위에 대한 존중 등의 의미는 옅어져 있습니다. 종종은 인사를 할 때 상대에 대한 존중마저도 사라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사를 하면서 반가운 마음마저 사라진 단순한 형식을 만나면 씁쓸합니다. 우리는 과연 정말 반가웠을까요? 반가운 인사는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인사를 하고 났는데도 얼굴에 미소가 남아있다면 반가운 겁니다.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면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미소가 남아있는 인사는 서로에게 위로가 됩니다. 살아갈 희망이 됩니다. 나를 반가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마찬가지로 나에게 기쁜 미소를 띠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을 만나야 그런 인사가 가능할 테니 말입니다.

인사는 특별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인사(人事)를 한자로 사람의 일이라고 쓴 겁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언제나 하게 되는 일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인사를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물건을 사고, 식당에 갑니다. 모든 인사를 단순히 형식으로 만든다면 세상을 무겁게, 어둡게 사는 게 아닐까 합니다. 밝고, 오래 남는 인사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인사를 하고 받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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