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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일류 셰프…주말엔 목사

[토요스토리] 포르토피노 호텔 부총주방장 서장혁씨

신학하다 불혹 넘겨 요리 공부
7년여 만에 유명 호텔 '넘버2'
프랑스 요리에 '한국맛' 접목

셰프로 활동하는 서장혁 목사가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셰프로 활동하는 서장혁 목사가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성경을 든 목사의 팔에 슬쩍 눈길이 갔다. 여기저기 남아 있는 흉터는 분명 사연을 담고 있을 테다.

"이거요? 요리 배울때 그릴 잡다가 덴 자국이에요."

서장혁(50·사진)씨는 목회자이면서 유명 호텔의 요리사다.

현재 리돈도비치 지역 포르토피노 호텔에서 수셰프(sous chef·부총주방장)를 맡고 있다. 호텔 내 셰프 서열 두 번째다. 대부분의 조리 작업을 지휘, 감독하고 각 라인의 조리장을 관리한다.



그는 불혹의 나이를 넘겨 뒤늦게 요리를 배웠다. 2012년 풀러신학교(목회학 박사)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요리 쪽에 발을 내디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졸업 후 가족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고… 전문 기술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기독교인으로서 좋은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요리'가 걸린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겁없이 뛰어들었으니 정말 간이 부은 것이었죠."

서씨는 곧바로 세계적인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의 문을 두드렸다. 독하게 마음먹고 밑바닥부터 내공을 쌓겠다는 각오로 일단 요리 세계에 몸부터 들이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냉혹했다. 늘 앉아서 성경만 보던 목사가 하루종일 서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고 엄격한 서열 세계인 주방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비참했죠. 그동안 '목사'로서 얼마나 대우받고 편하게 살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어요. 경제적으로 워낙 궁핍할 때라 대중교통을 이용했었는데 하루는 요리 학교에서 밤 늦게 끝나는 바람에 차가 끊긴 거에요. 다음날 새벽에 어차피 다시 학교에 와야 하니까 그대로 길에서 노숙을 했죠. 기차역 옆에서 노숙자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그 작은 불이라도 쬐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피는 못 속인다. 요리 자체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맛'에 대한 감각은 타고났다. 친할머니(황난옥)는 과거 한국에서 유명한 요리사였다. 몸은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예전에 삼성 이병철 회장의 개인 요리사였어요.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은 그 맛이 정말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장(醬)’에 대한 레시피도 있고요. 아무래도 요리에 대한 재능은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에게 요리는 곧 목회다. 성경에서 예수가 제자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함께 나누며 교제하던 모습은 요리와 신앙을 연결하는 매개가 됐다. 서씨는 항상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요리를 할 때 기도하고 음식에 정성을 녹인다.

그는 벨 에어 호텔 울프강 퍽(Wolfgang Puck), 가쓰야(Katsuya) 레스토랑, LA다운타운 셰라톤그랜드호텔, 크러스테이션 베벌리힐스(Crustacean Beverly Hills) 등 내로라하는 식당을 거치면서 7년여 만에 유명 셰프 반열에 올라섰다.

“그 유명한 울프강 퍽이 저의 셰프였죠. 그때 요리 라인에서 일을 하면서 그분에게 기술뿐 아니라 전세계 요리 비즈니스 동향, 셰프의 세계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현재 일하고 있는 포르토피노 호텔의 뱅큇 부분은 제가 수셰프를 맡은 이후 계열사 중 1위가 됐어요.”

서씨는 일요일엔 목회자가 된다. 현재 부에나파크 지역 하나교회(담임목사 박종기)에서 유소년 및 문화 선교를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교회에서 요리 수업도 진행하고 '셰프’가 되고자 하는 교인들에게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그의 전공 분야는 프랑스 요리다. 요즘은 한국의 맛을 접목시키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특히 효소 같은 것은 서양 사람들이 안 먹어본, 못 먹어본 맛이거든요. 저는 요리에 한국의 맛을 녹이고 싶어요. 현재 울프강 퍽의 요리 중에는 저의 한식 아이디어가 접목된 메뉴가 많죠.”

그의 팔에 남아있는 흉터들은 땀과 노력으로 새겨진 스토리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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