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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민심이 울면 천심은 노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14 23:01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속어가 있다. 민심을 거스른 진시황의 제국도 사라졌고, 상식을 내동댕이친 모택동의 제국도 거꾸러졌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여론을 조작하여 민심의 대변자인 양 그 손을 높이 치켜들었지만 끝내 천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 행사 과정에서의 독선과 불통은 역대 대통령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조국씨의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서 보듯 그간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 시비에 휘말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20명이 넘는 고위 공직자를 자신의 뜻대로 임명했다. 흔히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나 그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국민의 대표 기관이 행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을 임명 강행함은 바로 헌법 위반이라는 국민의 판단이다. 고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 행태는 불통과 독선적 제왕이라는 그림자가 정권에 붙어다닐 것이란 얘기다.

내 맘대로 행한 장관임명 문제로 국회는 난장판이 되고 주변국가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국제외교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민경제는 고통과 실망 속에 후진하고 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날뛰는 북한은 올해 어느새 열 번째 미사일 발사로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방안보는 주적 앞에 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이고 심지어 우리 군사통제구역인 NLL인근 서해 함박도가 북한 군사기지가 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핵심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깨면서 우리 안보의 기둥인 한미동맹마저 약화시키고 통미봉남의 길로 이끈 북한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나는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다"라고 조국 장관은 청문회에서 밝혔다. 필요에 따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북한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노선으로 갈 수 있다는 발언이 아닌가 싶다. 고위 공직자가 헌법에 명시된 국가체제를 역행하는데도 국민은 한없이 너그럽고 무심하다. 6.25 같은 참담한 위기를 경험하지 못해서 인가. 일본과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이 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거짓말을 치명적 도덕성 문제로 보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문 정부의 거짓말'이라고 단언한 것은 이미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자고나면 북한은 '굿모닝 미사일'을 쏘아 대고 한미 동맹 역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우리나라에도 몰아치고 있는데 일본과의 외교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국가의 운전대를 쥔 정권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도 멈추거나 우회할 줄 모르고 폭주하는 모습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거나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언제나 민심의 역풍에 몰락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 악몽이 현실이어선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심의 강 건너편에 성벽을 쌓고 그 안에 스스로 고립된 형국을 맞이한 느낌이다. 이른바 정권이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 '촛불 정신'은 이미 냉소의 대상이 돼버렸다. 3년 전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시민들이 지금은 "이건 나라냐"며 되풀이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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