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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 유혹하는 마성의 소프라노

김석하의 스토리 시사용어<8>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연구소에서 담당수사관이 정보 분석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연구소에서 담당수사관이 정보 분석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포토]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오페라처럼 살다
42년전 오늘 떠나

미추(美醜)를 너머
다른 경지의 목소리


마리아 칼라스(1923~77)는 오만했다, 여신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큰 눈. 근접하기 어렵게 치솟은, 광대뼈. 도도한 자존심의 날카로운 콧대. 침묵한 칼라스의 모습은 신비스러운 여성 그 자체다. 그러나 그녀가 노래하면, 듣는 이의 온몸 세포가 튀어나올 정도로 바짝 긴장한다. 전율, 오싹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고음은 물론 거대한 음량, 강한 표현력이 압도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런 칼라스도 여성이었다. 1968년 그녀는 배신당했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칼라스와 10여 년 이상 연인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새로운 신부로 재클린 케네디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녀는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이후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나이 40대 중반이었다. 비록 오나시스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그를 평생의 연인으로 가슴에 담고 살았다. 오나시스가 죽자 칼라스도 2년 뒤 숨졌다. 프랑스 파리 조르주 만델가의 아파트. 칼라스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쓰러졌다. 바로 오늘(9월16일)이었다. 여왕은 그렇게 쓸쓸히 세상과 헤어졌다. 칼라스의 삶은 오페라 아리아만큼 극적이다. 오페라를 공연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처럼 살았다.

칼라스는 메조 소프라노에 가깝게 거칠고 굵은 편인 음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고음까지 소화하는 목소리다.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는 "처음 들었을 때 칼라스의 목소리는 이상하다. 각종 현악기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마법과 같은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칼라스의 생전 마지막 석 달간의 모습을 담은 영화 '칼라스 포에버'를 만든 프랑코 제피렐리(칼라스의 절친이자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연출) 감독은 그녀를 세 종류의 캐릭터로 해석한다.

노르마, 나비부인, 그리고 카르멘이다. 모두 칼라스가 절정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오페라 레퍼토리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제피렐리가 해석한 파리에서의 칼라스는 '나비부인'이다. 그녀와 함께 사는 하녀의 말에 따르면, 칼라스는 밤마다 자기 레코드를 들으며 운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비부인'의 유명한 아리아인 '어떤 갠 날'을 듣고 있다. 나비부인이 돌아오지 않는 미국인 남편을 그리워하며, 어떤 갠 날 반드시 그가 돌아오리라는 염원을 노래하는 부분이다. 남편은 돌아올 가망이 거의 없는데, 나비부인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남자의 귀환(오나시스가 떠오른다)을 소원하며 절규하듯 노래 부른다.

칼라스는 '카르멘'에 강했다. 담배공장의 처녀 카르멘이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하바네라'는 칼라스의 목소리 연기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유혹하고 위협하고 매달리고 매몰차다. 이 모든 감정을 하나의 노래 속에 다 불어넣는다.

그녀가 가장 사랑한 오페라는 벨리니의 '노르마'였다. 팽팽한 긴장감을 요구하는 '노르마'는 칼라스가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칼라스 이후 소프라노들이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1993년 영화 '필라델피아' 거의 끝 부분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젊은 변호사(톰 행크스)가 듣던 음악, 칼라스의 '라 맘마 모르타(La mamma morta: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1LIaDARTSPE)'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마리아 칼라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일반적으로 오페라 최고의 디바, 프리마 돈나를 논할 때 우선적으로 떠올릴만한 인물이다.

개인으로서의 카리스마, 예술적 성취, 화려함과 비극이 뒤엉켜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담긴 개인사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스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1m73㎝의 키에 95㎏의 거구. 심한 근시 탓에 동작이 굼뜨고 못생긴 뚱뚱보로 20대 중반까지 살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열등감 덩어리였다. 성악가로 성공하고 나서 30㎏을 감량한 이래 최고의 미인 대접이 온 세상에서 쏟아졌다.

한편 그녀는 음악에서만큼은 매우 지적이었다. 칼라스를 '해고'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극장장 루돌프 빙은 "칼라스는 내가 만난 가수 중 가장 지적이었다. 그녀는 완벽한 공연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와 일하기란 무척 어려웠다"라고 회고했다. 카라얀도 "리허설 첫날부터 칼라스가 악보를 들여다 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기 역할뿐 아니라 오페라 전체를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건 지휘자에게는 큰 위협이었다"라고 했다.

ksha@koreadaily.com

웬만한 건 샅샅이 다 들춰낸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

나만 알고 있다고? 웃기지마!
디지털 기기 속 기록 ‘부검’


디지털 시대. 그 안의 사람들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통한다. 결국, 나와 디지털 기기 간의 '단 둘 접속 만남'이다. 프리이버시는 완벽히 보호되는 듯 하다. 지켜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완벽히 프리이버시를 보호받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예전에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포렌식이 듣는다.

'포렌식(Forensic)'이라는 단어는 고대 로마시대의 포럼(Forum)과 공공(public)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법의학적인, 범죄 과학 수사의, 법정의, 재판에 관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저털 포렌식은 범죄 수사를 위해 디지털 증거물을 분석하여 수사에 활용하는 과학수사 기법의 총칭이다. 컴퓨터 법과학(computer forensic science)이라고도 한다. 마치 부검하듯이 디지털 기록 매체에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암호 등 보안을 해제한다. 하드디스크 내부에 삭제로그를 저장하는 스왑파일(스왑폴더)에서 삭제로그를 복원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자나 이를 통해 오간 정보를 추적, 조사한다.

지난 6일(한국시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포렌식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 출신 야당 의원이 "조 후보자 딸 조민 씨가 작성한 논문이 포렌식을 통해 서울대 법대 소속 PC서 지급된 프로그램으로 작성됐다는 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검찰만이 할 수 있는 포렌식 자료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진행된 포렌식 수사내용을 어떻게 야당 의원이 알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항의성 의문을 잇달아 제기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요 근래 수년 사이 접하게 된 생소한 말이다. 일반인은 대충 컴퓨터와 휴대폰의 과거 흔적을 복구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우리가 부검하는 의사가 갑자기 될 수 없듯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리라. 아무튼 이 포렌식은 웬만한 디지털 기기의 과거 흔적을 샅샅이 다 뒤져낸다고 보면 된다.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기기와 항상 접해 있어 상당 부분 개인에 대한 기록이 디지털 정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삭제한 자료 등도 복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 포렌식은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의 종류는 ▶컴퓨터 법과학: USB 드라이브, SD 드라이브 등 복원 ▶모바일 장치 법과학: 내장된 GPS/ 위치추적 또는 셀 사이트로그 범위 추적, 내장된 통신 시스템 ▶네트워크 법과학: 정보수집 및 로컬 및 WAN/인터넷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모니터링 하고 분석 패킷레벨 분석법 ▶데이터 분석 법과학: 금융 범죄로 인한 사기 행위 패턴을 발견 분석 구조화된 데이터 조사 ▶데이터베이스 법과학: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포렌식/인로그, 데이터베이스 내용. RAM의 타임라인 구축 및 복구 등이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컴퓨터 관련법이 만들어지며 처음 도입되었다. 저작권, 개인정보보호, 사이버 스토킹 등에 대처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1990년대에 이르러 법 집행 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렌식 관련 기관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별로 디지털 포렌식 표준이 수립되었고,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렌식 정책 수립 및 신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한국 검찰은 2008년 10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옆에 디지털 포렌식 센터(DFC)를 열고, 마약·유전자·위조문서·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는 장비를 갖춰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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