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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샌타클로스를 버릴 순 없다

김석하/사회부 부장

10살 난 아들에게 "너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클로스가 준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더니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사실 작년부터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비밀'을 알았다고 으쓱거렸다.

"그러면 이번 크리스마스부터 선물 안 줘도 되지"라고 허를 찔렀다. 크리스마스=산타클로스=선물로 이어지는 등식에서 샌타클로스를 빼면 크리스마스에 꼭 선물을 안 줘도 된다는 '괴상한' 논리를 폈다. 이내 아이는 뿌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말했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크리스마스.연말 때면 많은 사람들이 선물로 고민한다.

4년 전 이맘때 '12월의 공식'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며 방정식 하나를 소개했다. 이른바 선물 만족의 법칙:Gs=(N x S)/ P. 여기서 *Gs=Gift satisfaction(선물만족도) *N=Needs(필요) *S=Surprise(의외성) *P=Price(가격)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만족도는 받는 사람의 필요와 깜짝 놀람에 비례하고 가격에 반비례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싸게 물건을 구입해 선물했는데 받는 사람이 "바로 이거야! 꼭 필요했던 건데"라고 기뻐할수록 선물을 잘 샀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공식이지만 막상 현실에선 Gs의 값이 높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N과 S P를 적절히 맞추려면 받을 사람의 성별.나이.취향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도 말이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부부가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고급 머리빗을 아내는 탐스런 머리칼을 팔아 남편에게 시계줄을 선물한다. 하지만 머리칼을 자른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필요없고 시계를 팔아 버린 남편에게 시계줄은 소용없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은 선물을 고를 때 제일 만만한 'P'의 수치만 신경쓰게 된다. 비싼 선물을 사거나 반대로 싼 선물로 때우는 것이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선물의 가격 가치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직후 선물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은 구입가격의 67%~90% 정도라고 대답했다. 100달러짜리 물건을 받았으면 67달러에서 90달러라고 여기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에 정작 중요한 N과 S가 없어 받는 사람은 시큰둥할 수 밖에 없다.

요즘엔 아예 '현금'을 선물하는 추세다.

송금 서비스 업체인 웨스턴 유니온이 최근 연말 선물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인기있는 선물은 현금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5%는 100달러 선물카드보다 현금 100달러를 받고 싶어했다. 이유는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경기라는 점도 작용한다. 현금 100달러 사용 용도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는 개스값 장보기 유틸리티 등 생활비로 쓰겠다고 했다.

선물을 주는 사람도 현금을 선호한다. 선물을 고르다가 괜히 예상액을 넘어 돈을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돈돈돈' 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지만 크리스마스에 현금을 선물하는 것은 잘못됐다. P만 줄테니 N과 S를 알아서 챙기라는 무성의의 극치다.

선물은 두가지 행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주는 사람은 선물을 고르면서 받을 사람의 감동을 먼저 느낀다. 받는 사람은 선물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안도감과 설레임을 맛본다. 산타클로스는 정성이다. 우리의 마음에서 산타클로스가 사라질 때 정성은 돈으로 대체된다.

힘든 겨울 산타클로스마저 버릴 순 없다.

참 말은 '선물 없다'고 잘랐지만 아들을 위해 선물은 준비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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