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7.0°

2019.10.15(Tue)

목사 10명 중 8명…"나도 상담전화 걸고 싶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7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9/09/16 19:34

자살 이슈로 본 목회자 정신 건강 문제

목회자들 마음 터 놓을 곳 부족
사역 압박감, 스트레스 시달려

한인 목회자들은 체면 문화 탓
"목사도 연약한 사람 인정해야"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도 정신 건강 사역을 담당해왔던 목사였기 때문에 파장은 컸다. 지난 9일 리버사이드 지역 하베스트 크리스천 펠로십 교회(담임목사 그렉 로리)에서 정신 건강 담당 사역했던 재리드 윌슨(30) 부목사가 우울증을 겪던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본지 9월12일자 A-2면> 게다가 공교롭게도 윌슨 목사가 목숨을 끊은 다음날(9월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다. 하베스트 교회는 2만 여명에 가까운 교인들이 출석하는 대형교회로 미국내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교회다. 이런 이유들로 미국내 주요 언론은 윌슨 목사의 자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윌슨 목사의 안타까운 소식은 목회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재리드 윌슨 목사는 평소 자신이 겪고 있는 우울증을 솔직히 고백해 왔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청소년 사역 콘퍼런스에서 "10대 시절부터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때 교회 내에서 제대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고민을 말하면 교회에서는 나를 신앙이 부족한 사람처럼 낙인 찍었기 때문"이라며 "그럴수록 기도를 더 많이 해야 우울증이 사라지고 교회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만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인식했다"고 고백했다.

윌슨 목사는 평소 "우울증을 인정해도 괜찮다.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그는 자살 직전 '예수를 사랑하는 것이 언제나 자살 충동, 우울한 감정, 근심,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치유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예수가 우리와 함께 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평안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길 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목회자들은 정신적 또는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 상담 사역 단체인 '패스토럴케어'에 따르면 목회자 10명 중 8명(84%)은 "한번 정도 상담 핫라인에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목사 10명 중 7명(66%)이 "교인들이 자신과 가족에게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대가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LADMH)의 경우 현재 한인 종교계 지도자들을 위한 정신 건강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LADMH 안정영 디렉터는 "목회자 중에 어디 가서 답답한 마음을 말할 때가 없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부분 경제적 문제, 교회 부흥이 안 되는 것, 교인들이 떠날까봐 갖는 두려움 등을 호소하는데 목사라는 직분 의식, 특히 한국의 체면 문화 때문에 누구에게 말하는 것을 쉽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윌슨 목사의 자살 외에도 우울증 등으로 인해 목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계속돼왔다.

지난해 9월 남가주 치노 지역 인랜드힐스교회의 앤드류 스토클린 목사가 불안 장애 등에 시달려오다 자살을 선택했다. 스토클린 목사 역시 30대 젊은 목회자로 미국 교계에서 촉망받던 인물이었던 탓에 여파는 컸다.

지난 2017년에는 빌 렌츠(크라이스트더락 커뮤니티교회)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자살 방지 사역을 해왔던 렌츠 목사 역시 정작 본인은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데이비드 브라운 목사(퍼스트크리스천교회), 대얼 랜달 목사(제일회중교회), 아이잭 헌터 목사(서밋 교회) 등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교계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2017년 유명 목사인 페리 노블(뉴스프링스교회) 역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교회에서 해임당한 뒤 재활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며 "내가 '실패자'라고 느껴졌고 모든 것이 허무해지면서 자살할 장소를 물색하기도 했었다"며 자살 충동을 고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LA한인타운내 다인종 대형 교회인 오아시스교회 필립 와그너 목사는 "목회자도 어려움을 안고 있다면 주변 지인들을 통해 꼭 도움을 받길 바라며 교인들도 '목사'가 연약한 인간임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 교계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미주 지역 출신의 1.5세인 홍민기 목사는 부산의 대형교회인 호산나교회로 청빙 받아 목회 활동을 이어갔지만 부임 4년 만에 "육체적, 정신적 아픔이 있음을 이해해달라"며 사임을 한적도 있다.

지난 2014년에는 LA지역 S교회에서 시무하면서 수많은 교인을 끌어모았던 김모 목사가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본지 2014년 2월25일자 A-23면>

LA목회자아버지학교 박세헌 목사는 "목사들은 사실 외로운 사람들이라서 특히 함께 교제하는 모임이나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멘토나 동역자가 있어야 하고, 그 기능은 가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목사들은 특히 어려움을 다 내놓고 말하기를 힘들어하는데 그럴수록 고립되지 말고 아픔을 말하고 나눌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한국어 선택)을 통해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금주의 종교 기사 모음-2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