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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제1저자 유감

김사무엘 / 박사·데이터과학자
김사무엘 / 박사·데이터과학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7 종교 23면 기사입력 2019/09/16 19:38

얼마전 '논문 제 1 저자'라는 문구가 엉뚱하게도 과학면이 아닌 정치면을 뜨겁게 달구었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기는커녕 읽을 여유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삶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논문 저자의 종류와 각각의 역할을 알아야 하는 것은 모든 정치적 역학 관계를 떠나 정말 피곤한 일이라 본다.

통일을 강조한 나머지 획일이 좋은 것이라 여기는 한국의 사회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논문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저자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모든 국민이 자신이 옳다 생각한 것을 토대로 격한 토론을 하게 되는 것은 분명 기형적인 것이리라.

굳이 이 지면에 더하지 않아도 하나의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각각의 기여와 책임 정도에 따라 저자의 순서를 배열하는 것 정도는 이제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법칙처럼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 이름의 알파벳 순서대로 정렬된 논문도 종종 있다.)

이렇게 광기 어린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랭던 길키라는 신학자가 '산둥 수용소'라는 책에서 그려낸 '평등'을 떠올렸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사로잡힌 민간인 포로를 가두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은 극한의 상황에서 바닥까지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사람들이 평등을 외치는 진짜 이유는 자신의 것을 다 받아내려던 좌절된 욕구이다.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이웃이 우리만큼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이웃이 우리보다 많이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뼈아픈 묘사가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리고 거기에 '나'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기에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엄청난 행적을 삶의 결과물로 담아 그 논문의 '제 1저자'로 우리 각각의 이름을 준비하고 있는 하나님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제 1 저자가 될 자격도 없고, 기여도 하지 않았으며, 책임질 능력도 없는 자라며 고소하는 원수들의 입을 막으시고 그것이 사랑으로 이루신 참 평등이라고 선언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본다.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공평을 부르짖을 수 있는 은혜를 우리에게 베푸시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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