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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논란은 일본이 전범국임을 공론화 할 기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17 01:32

전문가 문답으로 풀어본 문제점
아침햇살 상징, 재수좋다 의미도
1870년부터 일본군 사용해 문제
IOC, 일 기업이 후원사라 미온적
중·북한 등 아시아권과 공동대처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공식 메달이 전범기를 연상케 해 논란이다.[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악마의 상징. 왜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의 욱일기 사용 금지를 원하는가.”

지난 8일 미국 CNN 기사의 제목이다.

일본은 내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올림픽담당 장관은 지난 12일 “욱일기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결코 선전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파슨스(브라질)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욱일기을 연상시키는 메달 문양과 관련해 “일본 부채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일본을 두둔했다.

과연 욱일기는 아무런 문제 없는가. 이와 관련한 궁금증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올림픽담당 장관은 지난 12일 욱일기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결코 선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일본에서 욱일기는 어떤 의미인가.
국내대학에 재직 중인 일본인 교수(익명 요청): 욱일기는 붉은태양 주위에 아침햇살이 퍼져나가는 디자인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경사스러움’, ‘경기 또는 재수가 좋다’ 등의 의미에 사용했다. 그랬다가 1870년 제국육군이 자신들 표창으로 지정했고 현재도 자위대가 사용한다. 문양 자체는 원래 좋은 뜻이라서 상표나 로고에 쓰인다. 아사히(朝日, 아침해) 신문과 아사히 맥주가 태양을 상징하기 위해 욱일기 디자인을 썼다. 반면 우익단체도 욱일기를 사용하곤 한다.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인식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전시에 쓰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

조국 전 한국유도대표팀 트레이너: 도쿄에서 7년간 살며 욱일기를 본 적은 거의 없다. 폭주족 오토바이에 붙어있는 스티커 정도다. 일본 젊은세대들 사이에서는 의미가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학교 입학식에서 빨강과 흰색 벽지나, 새해에 신사에 가면 둘러진 띠가 비슷하다. 그걸 욱일기로 본다면 욱일기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25일 러시아 월드컵 일본과 세네갈전 관중석에서 일본 응원단이 욱일기를 들고 응원을 펼쳤다. [사진 서경덕 인스타그램]





-욱일기는 전범기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일본 외무성은 욱일기 디자인은 오랜 세월 풍어기원, 출산축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이 2차대전 당시 다른나라를 침공할 때 사용했던 제국주의 군기라는 건 역사적 팩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에는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사이타마 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욱일기를 들고 있는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卍 뒤집어 놓은 모양)는 금기시된다.
마티아스 슐츠(슈투트가르트 거주 독일인):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 92a조에 따라 공직 신분이나 선거 투표권도 박탈될 수 있다. 독일에도 극우조직과 네오나치가 존재하지만, 이들을 반대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가해자였던 부끄러운 역사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공공장소는 물론 축구장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지난 1일 미국프로축구(MLS) 경기 중 관중석에서 ‘아이제르네 프론트(반나치 단체 상징)’가 새겨진 깃발을 흔든 포틀랜드 팀버스의 서포터에 3경기 입장 금지 징계가 내려졌다.)




올림픽 최상위등급 공식 후원사. 13개 중 일본이 3개, 한국이 1개다. [IOC 홈페이지 캡처]





-IOC는 욱일기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면 사례별로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IOC는 올림픽이란 상품을 파는 글로벌 독점기업이다. 스폰서십이 중요해 일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올림픽 최상위등급 공식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13개 중 일본이 3개(도요타·파나소닉·브리지스톤), 한국이 1개(삼성전자)다. 유럽과 미국 등 다수 국가가 하켄크로이츠와 달리 욱일기가 군국주의 상징이라는걸 잘 모르는 점도, IOC가 일본 편을 들기 좋은 상황이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인트호번이 일본선수 영입소식을 알리며 배경화면에 욱일기 모양을 썼다가 뒤늦게 사과하거나, 한국인 대학생 항의로 폴란드 회사가 욱일기 디자인 주스 생산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28일 PSV 에인트호번이 SNS를 통해 올린 욱일기 문양(왼쪽)과 한국어로 공개한 사과문. [에인트호번 SNS 캡처=연합뉴스]





-한국은 그간 어떻게 대처해왔나.
신원상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제체육부 부장: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 단장회의에서 욱일기 사용 허용에 대해 이의를 공식 제기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중국, 홍콩 측을 만났는데 욱일기 반입 허용 여부를 전혀 모르더라. 그래서 욱일기 문제를 공유했다. 중국이 본회의에서 우리 입장에 대한 지지발언을 했다. 중국은 패럴림픽 세계 1~2위 국가이자 차기대회 개최국이라서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중국까지 동조하자 IPC가 “따로 논의해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대한체육회와 논의하고, 중국·홍콩과 공동대응하고 마카오나 몽골 입장도 들어볼 계획이다.




서경덕 교수가 주도해 만든 욱일기 수정 사례집. [사진 서경덕 인스타그램]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욱일기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인에게 용인할 수 없는 악마의 상징이다. 욱일기 때문에 응원단이 충돌하거나, 욱일기 문양 메달을 시상대에서 거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1차적으로 국내 기반이 먼저다. 국민들과 함께하는 대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18일 시민단체들과 조찬모임을 갖는다. 다음달 같은 아픔을 지닌 아시아 국가들의 국회의원들과 만나 국제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다음달 15일 평양에서 남북축구가 열리는데, 북한에 공동대처를 간접적으로 제안하겠다. 문체위는 지난달 욱일기 반입금지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는데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서경덕 교수: 지난 11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205개국 IOC 회원국들에게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고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일본 올림픽담당 장관 발언은 일본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걸 보여준다. 9년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하면서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달아오른 적이 없다. 역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 일본이 전범국임을 공론하고, 세계적인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일본이 계속 망언을 해주길 바란다.”

박린·피주영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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