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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돈벼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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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8/12/25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08/12/24 18:12

이종호/편집위원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것을 비관한 중국집 종업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주 한국에서의 일이다. 그는 죽기 전 몇 달간 거의 3000만원을 복권 구입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또 그 전에는 20대 젊은이가 한꺼번에 270만원어치의 로또 복권을 샀다가 당첨되지 않자 비관 자살했다.

그 뿐이랴. 수십억 당첨금을 탕진하고 결국 패가망신 했다는 얘기들은 이미 고전이다. 연전엔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하던 남녀가 로또 1등 당첨 여부를 놓고 상대가 자신을 속인다며 서로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궁핍한 시대에 들려 오는 우울한 소식들이다.

우리는 안다. 억세게 운이 좋아 하루 아침에 돈벼락을 맞는다 해도 그것이 모두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확천금이 오히려 불행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경고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탕을 꿈꾼다. 잭팟 당첨금이 올라갈수록 부나비처럼 몰려든다. 그러나 누가 돌을 던지랴. 한 번쯤 인생역전을 꿈꾸지 않는 자 없을 진대.

로또의 미덕은 수억불 일확천금에 있지 않다. 1불로 살 수 있는 1주일의 단 꿈. 그것으로 엔돌핀이 솟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면…. 범부의 낙은 오히려 그런 곳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여야 한다.

돈은 사람을 미혹하여 눈 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전직 대통령의 형이 얼마를 해 먹고 그 친인척들까지 수억 떡고물을 만졌다더라는 얘기도 결국은 돈 앞에서 약해지는 인간의 미욱함에 기인한다. 그래서 나는 돈을 함부로 말하기가 두렵다. 누군가 돈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믿지 않는다.

돈을 가져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그렇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더욱 아니다. 돈이 없어도 부자로 사는 사람 가난 속에서도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조 때의 선비였던 이덕무(1741~1793)는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너무나 빈궁하여 그렇게 좋아하는 책도 제대로 사지 못하고 늘 빌려 읽었다. 그래도 그는 한 번도 가난을 부끄러워하거나 한탄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가장 뛰어난 사람은 가난을 편안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 다음은 가난을 잊고 사는 사람이다. 제일 못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해 감추거나 남에게 자신의 가난을 호소하는 사람 가난에 짓눌려 결국 가난에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더 못난 사람이다."

가난을 무능의 동의어로 여겨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갈이 아닌가. 돈 앞에 비굴해지고 돈 앞에 이성도 양심도 마비되고 마는 현대인들을 향한 매서운 죽비가 아닌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불황이라는 요즘이다. 너도나도 힘들어 한다. 그러나 우리네 삶에 어느 한 시기 힘들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70~80년대 미국 땅을 밟은 이민선배들도 가난했다. 지금처럼 한국서 뭉칫돈 들고 오지 않았다. 몇십 불 몇백 불 달랑 들고 공항에 내렸다는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들은 맨주먹으로 시작했다. 땀 흘렸다. 아끼고 절약했다. 그들이 산 교훈이다. 지금 우리라고 못할 손가.

보통 사람들에겐 결코 돈벼락은 떨어지지 않는다. 헛것에 한 눈 팔지 말고 한 걸음씩 다시 내디뎌 보자.

조선 선비 이덕무가 200년 전에 터득했던 빈궁을 괴로워하지 않는 법도 배워 보자. 그것조차 힘이 든다면 마음부터 추스르자. 잘 될 거야 잘 살 거야. 믿음을 갖자.

하늘도 감당치 못할 고난은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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