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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발'

민유자 / 수필가
민유자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9/17 18:33

지인이 인터넷으로 '아름다운 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아름다운 발? '아름다운 손'이라고 하면 실제적으로 아름답게 생겨서 길고 하얀 손이라든가 솜씨 좋은 유명 화가의 손을 생각하게 된다. 또 상징적인 의미로 인격적인 또는 인정적인 손길을 생각하게도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 발'이라고 하니 실지로 예쁘게 생긴 사실을 말하거나 아름다운 행적의 발길을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그 제목의 글을 클릭하자 먼저 큰 사진이 화면에 떴다. 그 사진에는 두 발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나는 얼굴을 확 찡그렸다. 어쩌면 이렇게 혐오스럽게 흉측한…생전에 이렇게 끔찍하게 이상한 발을 본 적이 없다.

발가락 마디마다 뼈가 불거지고 굳은살이 기형으로 붙어있다. 얼른 화면을 바꾸려다 제목이 생각나서 다시 마음을 바꾸어 사진 아래 실린 글을 읽어 봤다. '이 발은 희소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발이 아닙니다'라고 시작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감동의 가슴을 누르고 다시 그 사진의 발을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 발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다. 하루 열아홉 시간씩, 1년에 1000여 켤레의 토슈즈가 닳아 떨어지도록 연습에 정진했다고 한다. 거의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수준이다. 그녀의 뛰어나게 수려한 미모에 완전 반대로 대비되는 모양새다.

발레리나가 발 끝으로 서서 사랑과 욕망, 갈등과 분노, 절망과 희망같은 극적인 삶의 여정을 동동걸음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아름답게 정제된 애절함으로 그녀를 쫓으며 가슴을 콩닥거리다가 슬픔에 겨워 눈물을 떨구고 가슴 벅차게 웃기도 한다. 발레리나가 가벼이 공중을 높이 붕 떠올랐다가 사뿐히 내려앉으면 우리는 인간의 날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을 성취시켜주는 희열에 마음속에 솟구치는 기쁨과 요동치는 감격을 느낀다. 그러나 토슈즈 속의 그녀의 발은 극한의 고통을 침묵으로 버티고 견뎌내야만 한다.

완벽에 가까운 극치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 경지! 그에 달하기 위한 수 천만 번의 피나는 연습! 그 각고의 고통을 지속적으로 받아낸 그 발! 고통의 멍울이 뭉치고 다져져 옹이가 되어 흔적으로 남았으니 어찌 이 발을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겠고 또 세계적인 명성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녀의 의지와 집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발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를 성취한 의지의 발판이 되었다. 토슈즈 속에서 고통의 응어리가 뭉쳐 그렇게 변형되면서까지 끝끝내 인내와 충성을 다했다.

전혀 아름답게 생긴 발은 아니나 생각하면 할수록 진정 눈물겨운, 아름다운 발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시 보기도 꺼려 피하려했지만, 내용을 알고 다시 바라보니 경의의 입맞춤이라도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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