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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길거리 음악가와 법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18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9/18 10:02

장준환/변호사

뉴욕의 지하철역은 길거리 음악가들의 천국이다. 늘 전 세계 출신의 다양한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아마추어가 아닌 높은 수준의 실력을 지닌 사람도 꽤 많다.
자신의 연주를 대중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열정에 불타 길거리 무대에 선 자유로운 영혼들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차이가 있지만 여러 국가와 도시들은 길거리 음악가들을 통제하는 법과 규정을 갖추고 있다. 창작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듯 시민이 소음으로 고통받지 않을 권리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 지하철역 내부에서의 공연은 엄격한 사전 허가와 계획에 따라 열린다. 뉴욕 교통국에는 ‘Music Under New York’이라는 독특한 부서가 있다. 이 부서는 지하철역 안에서 공연하고자 하는 음악가들의 사전 신청을 받고 오디션을 치른다. 이 오디션을 통과한 팀이나 개인들만이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공연할 수 있다. 모금이나 CD 판매 등도 규정을 따라야 한다.

버스킹이 매우 활발한 영국에서는 일찍이 ‘버스킹 규정’을 법제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연주 허가증이 있는 길거리 음악가만 공연할 수 있게 한 지역이 많다. 광장이나 공원 등에서의 공연은 금지된다. 연주자가 관객과 너무 가까이 가서는 안 되며, 거주지나 상가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저녁 9시 이후에 엠프를 켜면 처벌을 받는다. 서울에서도 한강공원 등에서의 빈번한 버스킹 때문에 인근 주민과 산책 나온 시민들의 불편과 불쾌함이 늘면서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었다.

길거리 음악가와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길거리 음악가들은 자신의 창작곡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 곡들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고 비용을 치러야 할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모든 공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며 버스킹 역시 공연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위한 저작권자의 허락과 계약, 대금의 수취는 모든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관리 대행 기관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허락을 받는 과정이 눈에 드러나지 않을 뿐, 저작권 법률상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가 존재한다. 관람비를 받지 않는 길거리 공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모자나 깡통에 돈을 걷는 방식은 어떨까?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영리 행위의 하나로 보는 엄격한 해석도 있다. 이와 반대로, 공연을 보기 위해서 돈을 꼭 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고 금액도 정해지지 않기에 영리 행위가 아니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모금의 규모가 작기에 특별히 규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이 명백한 버스킹이라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버스킹 장면을 녹화하여 방송할 때는 버스킹 자체가 아니라 방송으로서 저작권 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법률이라는 배경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길거리 음악가에게도 변호사가 필요한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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