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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총·균·쇠' 저자의 동해 표기

황상호 / OC취재부 기자
황상호 / OC취재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18 17:55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지도를 보는 일은 미주 한인에게 익숙한 일이다. 얼마 전 세계적 석학의 출판물에 동해가 일본해라고 표기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LA다운타운에 있는 중고서점을 찾아갔다. 제대로 분류돼 있지 않은 책장을 어렵게 뒤져 문제의 책을 찾았다. 책 이름은 '대변동(UPHEAVAL)'. UCLA 지리학과 교수이자 책 '총·균·쇠'로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오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난 5월 출간한 신작이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500페이지 책을 한장 한장 훑어보았다. 그러다 두 눈이 제3장 '근대 일본의 기원들(The Origins of Modern Japan)' 첫 페이지에 멈췄다. 바로 옆장에는 '일본 지도'라는 이름으로 손바닥만 한 지도가 있었고, 그 세상엔 동해가 없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어떤 교수인가. 저서 '총·균·쇠'로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인문학자다. 인류 문명 발달 속도를 인종적인 우등 열등이 아니라 지리적인 관점에서 원인을 찾았고,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한 것도 뛰어난 정치술이나 전쟁술이 아닌 그들이 가져온 병균이 큰 몫을 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인물이다. 현재도 21세기 최고의 인류학 서적으로 꼽히고 있고, 출판계에서는 서울대 도서관 대출 순위 1위라며 광고하고 있다. 다행인지 눈속임인지 재러드 교수의 한국어 번역본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에는 같은 지도에 동해라고 표기돼 있다.

그가 왜 일본해라고 표기했을까. 이유는 지도의 지리명칭을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IHO 기준으로는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다. 동해라는 이름을 일본이란 국호가 생기기 2000년 전부터 한민족과 만주족이 사용해 왔지만 IHO 지도 초판과 2판이 나올 당시 한국은 일제 강점기였고 3판이 나올 때도 한국전쟁을 겪고 있어 동해로 수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IHO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 분쟁이 끊이지 않자 IHO는 일본 정부에게 한국과 협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도에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하든지 아니면 일본해를 아예 빼버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왜 책에 일본해라고 표기했는지 궁금해 다이아몬드 교수의 홈페이지 'www.jareddiamond.org'에 들어가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보름 넘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학창 시절 내가 읽은 그의 책 '총·균·쇠'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를 통해 알게된 그는 기존 해석을 뒤집는 용기와 진실을 창의력이 있게 탐구하는 학자였다.

그는 동아시아 역사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런 그가 한반도 역사를 알고도 그렇게 쓴 걸까 아니면 국제 명칭이라는 기계적인 중립을 취한 것일까. 괜히 그가 98년 일본 과학 관련 단체로부터 받았다는 '국제 코스모스 상(International Cosmos Prize)'이 눈에 들어온다. 위키피디아는 상금이 37만 달러 가량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 인연 때문은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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