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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한인사회 위해 독자와 함께 달릴 터"…미주 중앙일보 남윤호 대표

[LA중앙일보] 발행 2019/09/20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9/09/19 20:22

창간 45주년 특별 인터뷰

미주 중앙일보 남윤호 대표는 “신문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이자, 이를 보여주는 창”이라며 “힘있는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미주 중앙일보 남윤호 대표는 “신문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이자, 이를 보여주는 창”이라며 “힘있는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고급 정론지로 선명한 신문
디지털 시대 다양한 변화도
힘있는 한인사회 발판 역할

쿵푸와 팬더 중국 것이지만
영화 '쿵푸 팬더' 미국서 나와
이런 발상전환 언론서도 필요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으로서 신문은 분명 살아있다. 고급 권위지로서 미주 한인사회의 여론을 담는 중심축 역할을 다하겠다.”

미주 중앙일보 창간 45주년을 맞아 남윤호 대표를 만났다. 향후 로컬신문의 진로와 언론 전체의 향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 대표는 “미주 중앙일보는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 한분 한분의 삶과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힘있는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신문사 생활 30년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돌이켜보면 '신문'은 무엇인가.

"일상적으로 본다면 하루의 어젠다를 세팅해주는 사회 인프라다.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랄까,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창과 같다."

-2019년 한인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초기 이민사회에서 주류사회로의 진출이다. 다시 말해 '생존'에서 '당당하게 같이 사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이미 성과를 이룬 한인들이 꽤 많고, 지망생들도 많다. 이 점에서 미주 중앙일보의 역할이 선명해진다."

-어떤 역할인가.

"주류사회와 한인사회 간의 접점을 찾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또 이미 그 안으로 들어간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능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문사 경영과 관련해 어떤 방침이 있나.

"신문의 상품성을 높임으로써 영향력과 비즈니스 기반을 함께 끌어올리고 싶다. 핵심역량의 강화를 통해 그 영역을 공고화하자는 거다."

-신문의 상품성은 무엇인가.

"솔직히 당장 코앞에 벌어진 뉴스는 인터넷에 당할 수 없다. 또 거기에 기생하는 여러 가짜뉴스는 독자들의 눈길을 흐린다. 하지만 미주 중앙일보는 한인사회의 큰 틀을 제대로 조명해 잘못된 점, 잊어버린 점, 미진한 점을 찾아보려 한다. 물론 한인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게 중앙일보의 상품성이다."

-전통 신문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신문은 언론의 한 형태다. 궁극적으론 디지털 시대의 뉴스 수요 변화에 부응해 뉴미디어로 가는 게 대세다. 그 과정에서 아직은 신문이 핵심사업이라는 뜻이다. 고급 정론지로 가일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미래상에 대해선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문이라는 전통영역에 너무 집착해서인지 모른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볼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동영상, 뉴스레터 등이 그런 사례다. 동영상 분야는 테마별로 좀더 정교한 틀을 갖출 계획이다. 뉴스레터는 해당 기사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있을 법한 개개인의 이메일을 확보, 직접 발송하는 것으로서 이미 시행중이다."

-기사를 화면으로 바꾸고, 신문 기사를 쪼개 해당 관련자에게 보낸다는 말인가.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때다. 쿵푸와 팬더는 중국 것이지만, 영화 '쿵푸 팬더'가 나온 건 미국이다. 언론에서도 그런 식의 발상이 필요하다."

-핵심 독자층인 한인 커뮤니티가 고령화와 이민 감소 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시장은 작지 않다고 본다. LA의 한인이 30만(센서스)이라는데, 아이슬랜드 인구에 해당한다. 미주 전체론 약 250만 명인데, 리투아니아나 알바니아 인구가 그 정도다. 이 나라 모두에서 복수의 신문이 존재한다."

-언론은 언어가 핵심이다. 이곳은 세대별로 쓰는 언어가 다르다.

"사실 '언어 장벽'은 신문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어가 편한 1세나 시니어들은 세상을 내다보기 위해 한인 신문을 찾는다. 따라서 언어 장벽이, 오히려 한인 언론사의 존립 근거이기도 하다. 시장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었다."

-점점 영어에 익숙한 이민 2세, 3세가 늘고 있다. 한인 신문 수요도 줄지 않겠나.

"머지 않아 완벽한 수준의 '번역 AI'가 개발될 것이다. 기자는 한글로 기사를 쓰지만 그 기사는 주류신문에 영어로 실리고, 독자는 영어 신문에서 자기가 읽고 싶은 기사를 한국어로 바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

"어두운 면만 보면 답이 없다. 중요한 건 기사의 콘텐트와 질이다.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듣고 알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밝은 면을 찾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떤 신문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싶나.

"한인 신문이라는 위상을 고려해 커뮤니티 뉴스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한인 사회 뉴스와 목소리를 깨알같이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미주 중앙일보의 강점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기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이해력, 판단력, 표현력, 신념, 체력이 골고루 필요하다."

-순발력(판단력), 지구력, 정교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교함이다."

-기자에게 뭘 요구하는가.

"공부해야 한다. 뭘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전문가인 취재원과 그에 못지 않은 전문적인 독자 사이에서 자칫하면 기자가 제일 무식해진다. 좀전에 말한 대로 언어장벽이 한인언론 시장을 보호한 측면이 있다. 이게 다 깨지기 전에 기자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요즘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욕을 먹기도 한다.

"그건 두 가지 용법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첫째는 말 그대로 자질이 떨어지는 기자다. 더 노력하거나 자연도태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기사를 읽는 이들이 이념적 차원에서 '이 기사는 내 생각과 다르다'는 표현을 기자에게 공격적으로 해대는 경우다. 두 번째라면 전혀 개의할 필요가 없다."

-다시 수습기자, 초년병 기자가 되면 어떤 식으로 일을 하고 싶나. 만약 LA라면.

"사람 이야기를 쓸 것이다. 한인 사회라고 막연히 말하지만, 그 구성원 개개인은 모두 다른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사연들이 오죽 많겠나. 그 애환, 좌절, 성취 등을 담아내고 싶다."

-어떤 리더십을 중시하나.

"조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완전연소 수준으로 발휘하도록 이끄는 걸 중시한다. 나를 따르라는 식은 너무 위험하다. 일본의 한 원로 언론인이 "위만 보고 가면 아래가 안 보이고, 아래만 보고 가면 앞이 안 보인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늘 의식하고 있다."

-도쿄 특파원 출신인데, 지금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나.

"양국은 각자 불편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미일과의 동맹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번영을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은 '한국이라는 완충지대 없이 중국과 북한 공산세력과 직접 대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말이다. 이에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양국 정치권이 국내정치를 의식해 무슨 종교전쟁 벌이듯 타협 불능의 국면으로 이끌어갔다. 결국, 현명한 유권자가 바꿔야 하는데,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반일이라 하고, 그들은 혐한이라는 단어를 쓴다. 어떤 차이로 보나.

"'반일 반한'에서 반(反)의 의미는 말 그대로 적대적이다. 혐(嫌)은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싫다, 싸울 가치도 없다'라는 의미로 쓴다. 어찌 보면 혐이 둘 사이를 더 갈라놓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도 한일전 같은 때, 한국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나.

"그렇지 않다. 공중방송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미국 일부에서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개인적 소신으로 일본제를 안 사는 것이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화합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시민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강권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일까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직접 살아본 한국, 일본, 미국이 다른 점은.

"한국은 '집단'으로 움직이고, 일본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이곳 미국은 '개인'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남 대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기자로서 자신의 전문분야는 무엇이었나.

"뭐 딱히 전문성이라고 내세울 게 마땅찮다. 편집부, 문화부, 경제부, 사회부, 정치부를 두루 돌아다녔으니… 제네럴리스트가 전문이랄까."

-정치학도로서 젊은 날 꿈은 무엇이었나.(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80년대 초 독재정권 시절 스페인에서 먼저 진행된 민주화에 관심이 많았다. 민주주의로의 체제변동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지식체계를 세워보고 싶다는 어설픈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의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올해 4월 5일자에 게재한 고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의 오비튜어리(부음 기사)다. 언론사의 큰 스승이었던 분이었다. 닮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발끝에도 못 미쳤다. 쓰면서 많이 울었고, 그동안의 기자생활을 반성해 보기도 했다. 그게 기자로서 마지막 기사였다."

-평소 LA하면 떠오른 것은 무엇인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때 "보약처럼 읽는다"던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이 LA를 무대로 삼고 있다. 그 주인공인 필립 말로가 살았다는 '로렐 캐년(Laurel Canyon)'에 가보고 싶다."

◆남윤호 대표는= 1988년 한국 중앙일보사에 입사한 뒤 주로 재정.금융 분야를 취재했다. 경제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도쿄 총국장을 역임했다. 2019년 2월부터 미주 중앙일보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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