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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미 문학칼럼: 가을밤, 비 오는 밤

폭군처럼 기세를 부리던 더위가
가을이 오는 소리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깊어가는 밤 예고 없이 찾아온 반가운 사람처럼
느닷없이 후드득 비 오는 소리
비가 좋고 어둠이 좋아 뜨락으로 나선다

풀벌레도 울음을 그치고
새들도 날기를 멈춘 어두운 밤


별도 없이 캄캄한 하늘에서
울 어머니 홀로 숨어 슬피 우시는 듯
하염없이 땅을 치며 눈물비가 내린다

지붕 넘어 희뿌연 한 줄기 빛 있어
뒷걸음쳐 고개 빼고 올려다보니
먼 동남쪽 하늘에 누군가 걸어놓은 둥근 달 하나
가냘픈 새털구름 몇 오라기 달 아래 눕고
푸르다 못해 차가운 달빛이 빗물에 녹아 내린다

오늘 밤 달 속에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는 없고
윙크하는 이모지처럼 한 눈 찡긋 감고 웃으시는 그가 계신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온화한 말씀에 가슴으로 젖어오는 감동의 물결

모두가 잠든 깊은 가을밤
비 오는 하늘 저편에 걸린 보름달을 나는 보았다
영원히 잊지 못할 이 밤의 비밀
평생토록 간직할 사랑의 약속
눈물비는 어느새 기뻐 춤추며 마른 땅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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