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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의 자녀양육 43: 솔선수범보다 중요한 것

자녀양육에 있어 솔선수범(率先垂範)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자녀는 부모가 행동하는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이언교자송 이신교자종(以言敎者訟, 以身敎者從)”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후한(後漢, 25년~220년)의 제오륜(第五倫)이 쓴 상소문에 나오는 말인데(후한서), “말로 가르치면 따지고, 몸으로 가르치면 따라온다”는 의미이다. 이 역시 솔선수범을 강조한 말이라고 하겠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영조(英祖, 조선의 제21대 왕; 1724~1776 재위) 3년 10월 3일 기사에 당시 호조 판서였던 이태좌(李台佐)가 판서의 직임을 사임하는 사직상소가 실려 있다. 이태좌는 글머리에서 왕세자인 효장세자(孝章世子)의 혼례를 성대히 마친 것을 축하하며, 제오륜의 말을 인용하여 영조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몸으로 가르치는 자는 따르고, 말로 가르치는 자는 시비 걸고, 소송을 건다’고 하였으니, 전하께서는 학문을 더욱 부지런히 하고 아랫사람을 더욱 정성스럽게 대하며, 다스릴 때는 모든 교화의 근원을 맑게 하고, 부부 사이에 대해서는 『시경(詩經)』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의 교화를 펴서 몸소 후손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하소서.”



참고로, 조선시대 승정원은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과 같은 곳이었다. 임금과 행정기관들 간의 소통을 맡은 기구였다. 여러 부서에서 올라온 서류들을 정리해서 임금에게 보고하고, 임금의 명령을 부서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 승정원에서 임금의 명령이나 부서들에서 올라온 서류들의 내용을 기록해 놓은 문서가 『승정원일기』이며, 조선왕조가 시작된 이후부터 작성되어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현재 3,243책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대한민국 국보303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태좌의 사직상소에 언급된 『시경(詩經)』은 오(5)경 중의 하나로, 고대 중국의 시가를 모아 엮은 유교경전이다. 시가가 본래는 3,000여 편이었다고 전해지지만, 공자에 의해 305편으로 간추려졌다고 한다. 『시경』은 최초의 시가총집이자, 동아시아 시가문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남과 소남은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관한 시들을 말한다. 즉, 주남과 소남은 자기수양과 가정을 다스리는 것에 관해 내용을 담고 있다. 공자는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으면 바로 앞에 담이 서있는 듯 바르게 서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오경은 사서오경(四書五經, Four Books and Five Classics)의 오경을 말한다. 사서오경은 유교의 교육 및 교양 서적으로, 유교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책들이다. 여기서 사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말한다. 또한 "시경", "서경", "역경"을 가리켜 삼경이라고 하고, 삼경에 "춘추"와 "예기"를 합해 오경이라 부른다.

『승정원일기』의 사직상소에서 이태좌가 영조에게 남긴 충언은 왕세자의 교육을 위해 솔선수범을 하라는 것이었다. 제오륜의 말처럼 몸으로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솔선수범은 지위고하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들이 꼭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다. 자녀가 독서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손에 들고, 자녀가 인사를 잘 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남에게 인사를 건네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보며 배운다.

자녀에게 ‘바람 풍(風)’을 가르치는데 혀가 짧아서 ‘바람 풍’을 ‘바담 풍’으로 발음한다면, 자녀는 당연히 ‘바담 풍’하고 따라한다. 자녀의 잘못된 발음을 교정해주기 위해 ‘바람 풍’을 크고 똑똑하게 발음해주려고 해도 혀 짧은 발음은 자녀에게 여전히 ‘바담 풍’으로 들린다. 자녀가 다시 ‘바담 풍’하고 큰소리로 따라한다. 몇 차례 그렇게 하면 짜증이 나서 아이들을 다그치게 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부모가 ‘바담 풍’하면서 자녀가 ‘바람 풍’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에 사과가 달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부모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에게 바라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솔선수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부모가 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녀의 행동이 바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른 행동을 솔선수범하는 부모의 자녀가 반드시 바른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부모는 욕을 하지만 자녀가 욕을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부모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자녀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부모는 술을 마지 않지만 자녀들이 술을 마시기도 한다. 부모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만 자녀는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좋은 본을 보이는 부모의 자녀들이 부모와 다른 행동을 하며 부모의 속을 상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솔선수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솔선수범과 훈계의 병행이다. 솔선수범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이유는 자녀들이 부모로부터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주위환경으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다른 어른들로부터도 영향을 받고, 같은 또래의 아이들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자녀들은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TV나 영화나 컴퓨터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은 이민자의 자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는 솔선수범을 하되 자녀가 부모의 행동을 본받도록 말로 훈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날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다. 그리고는 “내가 선생으로서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솔선수범을 하셨을 뿐만 아니라 말로써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부모들도 자녀들 앞에서 솔선수범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말로도 자녀들을 가르쳐야 한다. 以身敎하며 以言敎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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