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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작별 인사를 나누며

이현숙 / 수필가
이현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9/21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09/20 19:08

지인을 떠나보낼 때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남편 전 직장동료인 세라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65세인 그녀는 신장이 나빠져 일주일에 두 번씩 투석을 받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관 주위에는 그녀의 삶이 보이는 사진들이 판넬 위에 펼쳐져 있다. 네 자매가 한껏 멋을 부린 채 카니발을 배경으로 찍은 흑백사진 안에 그녀는 아름다운 아가씨로 남겨져 있다. 갓 태어난 딸을 어설프게 안은 채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손녀와 손자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에는 그녀의 큰 엉덩이에 반쯤 가려진 아이들의 어깨가 웃음을 불러왔다. 입을 쩍 벌리고 잠의 삼매경에 빠진 모습과 어느 관광지에서인지 카우보이 의상을 빌려 입고 어정쩡한 자세로 장총을 어깨에 둘러멘 포즈가 재미있다.

미국인의 장례식은 간단한 티파티에 온 것 같다. 한쪽에는 커피와 음료수, 도넛, 빵, 과자 등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안락한 소파에 앉거나 서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먹었다.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은 슬픔과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었다. 그녀와 얽힌 이야기를 나누다 삶에 치여 소원했던 것이 미안해서인지 관에 누워있는 그녀를 또 뒤돌아보았다. 자유스럽고 산만한 분위기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안타까움과 '좀 더'라는 회한이 흘렀다. 그녀를 만난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정이 들었거나 딱히 나눌 이야기는 없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마치 나도 그녀와 돈독했던 사이 같이 느껴졌다. 어떤 이별도 아름다울 수 없지만 장례식 내내 그녀를 보내는 친지들의 사랑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죽은 이를 죽었다고 보는 것은 어질지 못하고, 죽은 이를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죽은이는 지금 어느 한구석 자리에 앉아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온 관심을 집중하며 좋았던 즐거웠던 일들을 나누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지는 않을까. 한 순간에 무너짐으로 자신의 삶을 다독이고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을 아쉬워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살아있음에 감사하지 못한 것을, 곁에 있을 때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서운한 것만 앞세웠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그동안 못 다한, 미처 나누지 못한 사랑을 지금 사이사이 오가며 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주검 앞에서는 마음이 경건해지고, 살아온 시간을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한 뼘 누울 자리와 입고 갈 한 벌의 옷이면 족한 것을. 욕심부리며 아등바등 허겁지겁 사는 모습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남의 눈과 기준을 척도 삼아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내가 떠난 후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울어 줄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위해 진정으로 나눈 것이나 베푼 것이 있을까. 삶의 의미와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깨닫게 된다. 또 맞이해야 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온몸을 스멀스멀 감싼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 길을 가야한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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