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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미국의 국익, 한국의 국익

1년 전 9.19 평양 선언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힘이 나는 민족이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어느새 추억처럼 가물가물해지고 한반도에는 다시 격랑이 일고 있다.

반도의 북쪽과 서쪽에 걸쳐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된 한반도가 행여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과 연합해 대륙을 압박하는 일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반도의 동쪽 바다 건너편에 있는 해양세력, 미국과 일본도 통일된 한반도가 대륙과 연합해서 언젠가 해양세력을 적대시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행동을 방치하고 관여하지 않는 이유가 일본에게 재무장의 길을 터주고 한국을 미일 동맹의 종속변수로 편입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대륙과 해양 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에는 아픈 트라우마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은 명나라를 칠 테니 잠시 길을 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 뒤 7년 동안이나 반도에 주저앉아 갖은 노략질과 살상을 저질렀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기가 한국 국민에게는 남아 있는 것이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요동반도를 장악하고 다시 남하정책을 펴려 할 때 조선의 명성황후는 러시아의 도움으로 일본의 침략을 견제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 기미를 알아챈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작전을 벌였고 우리의 황후는 일본 공사가 지휘하는 낭인들에 의해 갈기갈기 몸을 찢기우고 불태워졌던 천인공노할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 위중한 시기에 여야 정치인들이 안보, 외교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국내문제로 싸움질만 하고 있는 사이 시민들이 정치인들보다 한결 현명했다. 시민들은 경제가 어려운 속에서도 일본 제품 안 사기와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을 쉬지 않고 벌여나가고 있다.

미주 동포들도 마음은 함께 하지만 이민 사회라는 특성상 본국만큼은 활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한다. 유엔 기조연설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이 기회에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에서 일치하는 점은 무엇이고 상충하는 것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과오와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있는 대로 전달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고작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만 삼으려 하지 말고 오랜 동맹인 한국과 이 땅에 살고 있는 200만 한인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숙원사업인 것을 이해하고 진지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주기를 촉구해야 한다.

이제는 북한을 향해서도 끌려만 가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갖은 수모를 감내하면서 북한과의 협력과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사실을 북한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구입하고 한미군사훈련을 한 일을 두고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의 소관이고 미국과의 사이에서 불가피한 일임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

굳이 민족주의며 자주국방이니 하는 말은 쓰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나라의 외교·안보를 남에게 의존했다가 낭패 당했던 일을 역사에서 기억하고 한민족의 운명은 한민족이 해결한다는 각오로 무쇠의 뿔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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