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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도 빈집 90만 채…유령주택, 대도시까지 번지나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21 21:03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34)



2033년이 되면 일본의 빈집 수는 약 2000만채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2033년에 일본의 빈집 수는 2000만채(약 30%)를 넘을 전망이다. 빈집 비율이 30%를 넘으면 급속하게 치안이 악화하고, 환경악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 지역을 떠나면 바로 슬럼화가 시작된다. 빈집이 늘어나면 일본의 많은 지역사회가 붕괴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붕괴현상은 지방에서 시작되어 도시교외, 그리고 도심지로 퍼지고 있다.

빈집이라면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서 아무도 살지 않은 채 무너져 가는 주택을 떠올릴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지속하면서 도시의 번화가에서도 유령주택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빈집이 30%를 넘는 2033년경에는 도쿄를 포함해 도시지역에서 황폐한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앞으로 도시지역의 빈집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일본 전체의 빈집은 846만채(13.6%)다. 도쿄도(10.6%), 가나가와 현(10.7%), 아이치 현(11.2%) 등 대도시권의 빈집비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렇지만 빈집 수를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도쿄 80만9000채, 오사카 70만9000채, 가나가와 현 48만3000채, 아이치 현 39만1000채로 4개 대도시 지역의 빈집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대도시지역에서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도시지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지역에서 고령자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빈집은 수도권의 교외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번화가의 도심지 맨션에도 빈집이 있다. 이제 맨션의 빈집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7년 말 전국에 맨션은 약 644만1000호가 있다. 그중에 30년이 넘은 맨션은 184만9000호다. 40년 이상 된 맨션은 72만9000호다. 이렇게 노후화된 맨션은 2022년에 128만7000호, 2027년 184만9000호, 2034년에는 351만9000호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인구구조와 같이 고령 맨션이 극단적으로 많아진다.

많은 맨션이 노후화되어 대규모 수선과 재건축 시점에 이르렀다. 건축된 지 30년이 넘은 맨션은 낡아서 수선하지 않으면 수명이 단축된다. 그런 맨션은 단독주택과 달리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수선·해체 등 처분할 수 없다. 이러한 맨션의 대규모 수선 등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른 이웃들과 모여서 진지하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맨션의 소유자 전원의 협력을 얻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실행할 수 없다.

그러나 맨션 소유자의 고령화, 임대와 공실증가로 인해 대규모 수선과 재건축 등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맨션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맨션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려고 해도 소유자끼리의 의견을 모으기도 어렵다. 관리조합에서 주민이 충돌해 만사가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공실이 늘어나면서 관리비와 수선적립금을 징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맨션을 떠나는 주민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맨션 거주자 중 절반이 60대 이상이다. 고령의 주민들은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연금생활자가 많기 때문에 수선비용을 징수하기 어렵다. [사진 pixabay]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맨션 거주자 중 6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민이 고령화되면 대규모 수선을 위한 수선비용을 징수하기가 어렵다. 많은 거주자가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연금생활자이기 때문이다. 연금생활을 하는 입주자가 늘어나면서 관리비를 체납하는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또 맨션의 임대가 늘어난 것도 관리가 어려운 요인이다. 분양 당시에는 소유자가 살았지만 임대로 바뀐 세대도 많다. 해마다 맨션의 임대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40년이 넘은 맨션의 임대비율은 20% 이상이고, 공실률은 26.2%나 된다. 오래된 맨션일수록 소유자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연락이 닿지 않는 맨션 소유자는 30%에 이른다. 소유자가 많이 살지 않는 맨션은 관리의식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소유자인 부모가 살던 맨션이 상속처분도 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맨션을 상속받아도 그 집에 사는 자녀세대는 매우 적다. 상속받을 때 이미 본인 주택을 갖고 있고, 부모의 가재도구를 처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상속받은 맨션을 방치해두고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 빈집으로 남아 있는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노후화된 맨션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맨션의 공실률이 10%를 넘으면 일상적으로 관리조합을 운영하기 어렵다. 20%를 넘으면 장기적인 전망도 대책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공실률은 더욱 늘어난다. 공실률이 늘어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가스·수도·전기 등도 중단되어 주민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재생하기 어렵게 된다.

맨션은 소유자가 관리조합을 결성해 맨션의 자산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관리조합이 기능하지 못하고, 노후화된 건물을 수선할 수 없는 맨션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고액의 수선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수선도 해체도 하지 못하고 노후화되는 폐허 맨션이 대거 출현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까운 장래 대도시의 광경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니가타 현 유가와마치(湯?町)다. 1980년대 후반에 고급리조트 맨션이 건설되었다. 스키 유행을 타고 수도권에서 맨션 매입자가 쇄도했다. 그런 열기가 식은 지금 맨션 가격은 대폭 내려갔다. 과거 수천만 엔대의 물건이 지금 수십만 엔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맨션이라는 도시지역의 커뮤니티가 붕괴하고 있다. 맨션은 건물 내의 하나의 지역사회다. 맨션 내의 지역사회가 붕괴하면 지역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가 붕괴하면 슬럼화가 된다. 팔리지 않는 빈집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산다. 빈집에는 불법 외국인 체류자나 불량배의 거주지로 되어 지역은 불법지대로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도시지역의 맨션은 슬럼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많은 지역사회가 붕괴하기 시작한 일본에서 집이라는 하나의 지역사회가 이제 위기에 놓여 있다.

도쿄의 인구는 아직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5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거대 인구집단인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 고령층이 된다. 신축주택의 수요는 한계에 도달하고 빈집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 시점에 지방에서 젊은 세대가 더는 모여들지 않는 미래의 도쿄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하이테크화된 지역과 유령주택 지역으로 변한 맨션의 모습이 혼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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