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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마음속의 벽돌 두 개

김완신 편집국 부국장

2008년을 마감하는 칼럼을 올해의 마지막 날에 쓰게 됐습니다.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 해의 끝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써 왔던 글들의 깊이 얕고 넓이 좁음에 양해를 구합니다.

올해는 정말로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습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극심한 경기 침체로 고단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온기를 잃은 마음들을 더욱 차갑게만 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아잔 브라흐마의 '벽돌 두 개' 일화를 떠올려 봅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한 뒤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이 된 사람입니다.

태국의 정글로 수행하러 간 브라흐마는 한번은 절을 짓는 공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건축의 문외한이었던 그가 벽돌을 제대로 쌓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정성을 다했지만 결국 벽이 완성됐을 때 두 개의 벽돌이 잘못 놓여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평평한 벽에 튀어나온 벽돌 두장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려 허물고 다시 쌓을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브라흐마은 비뚤게 놓여진 벽돌 두 개에 마음이 상해 오랫동안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사원을 방문했던 한 관광객이 벽을 보고는 훌륭하게 지어졌다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브라흐마는 그 관광객에게 '당신의 눈에는 잘못 놓여진 두 개의 벽돌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때 관광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두 개의 튀어나온 벽돌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반듯하게 놓여진 998개의 아름다운 벽돌도 보입니다."

브라흐마의 눈에는 제대로 쌓은 998개의 벽돌이 잘못 놓여진 2개의 벽돌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관광객의 눈에는 보였던 것입니다. 2개의 벽돌에만 고정된 '마음의 눈'이 998개의 벽을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998개를 가졌으면서도 단지 부족한 2개 때문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타인을 대할 때도 그들이 지닌 많은 장점이 보려 하지 않고 단지 몇개의 단점을 보고 미워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한 선배가 연말카드를 대신해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편지에는 "당신은 냉장고에 음식이 있고 입을 옷이 있고 지붕이 덮인 집에서 잘 수 있다면 지구촌 전체 인구의 75%보다도 부자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 "아침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번 주에 병마로 숨질 전세계 100만명 보다는 더 축복받은 사람이다"라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올해의 불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희망찬 새해를 말하지만 그런 새해는 의례적인 수사로만 맴돌 뿐 진정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불황은 마음속에 더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불황은 마음의 여유마저 앗아 가면서 절망의 그늘을 짙게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해가 밝아옵니다.

우리가 가진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얻지 못한 작은 것들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어진 축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사소한 불만으로 근심하지 않게 됩니다. 1000개의 벽돌 중에서 어느 것을 보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의 벽돌 두 개를 내려놓고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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