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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법정 증언에 대처하는 법

클라이언트들이 제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데포지션(선서증언)이나 재판 증언대에 설 때다. 그때마다 클라이언트들이 묻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나요?"

예전에는 "묻는 질문에만 답하고 최대한 짧게 답하세요"라고 조언을 했는데 이제는 다른 조언을 해준다. 조국 법무부 장관 덕분이다.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나 기자 간담회에서 조 장관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태연하게 대답한 것을 예로 들며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조언해준다.

물론 변호사는 클라이언트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조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에 일관되게 모른다고 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당해본 사람은 잘 안다.



만약 필자에게 클라이언트가 "원고측 변호사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다르게 물어보는데 어떻게 계속해서 모른다고 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간단한 팁을 주겠다. "조국 장관처럼만 해주세요."

그렇지만 일관되게 말하는 조 장관을 무조건 따라하라는 필자의 주문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일반인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질문에 "관여하지 않았다" "모른다"고만 답변하는데 그냥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제시해가며 답변을 피해 가는 방식을 이번에 알았다.

그런 조 장관을 보고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필자의 지인들은 모처럼 하나가 되어서 분노를 금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데올로기와 당파를 초월해서 초당파(bipartisan)적으로 비난을 받기도 쉽지 않다.

조 장관은 교수였던 지난 2011년 8월5일 LA를 방문해서 "한인사회를 보면 이민 온 시기의 관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제는 이분법적인 논의 방식을 없애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장관 덕분에 한인사회가 이분법적인 논의 대신 하나가 되어서 소통(?)하게 되어서 참으로 고맙다.

한인 고용주들도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처한 조 장관 가족처럼 노동청에서 단속이 나와도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노동청 단속반이 집은 물건이나 자료를 원 위치로 돌려놓아 달라고 요구해야 하고, 최대한 불리한 자료들은 PC 하드드라이브를 빼서 미리 정리해야 한다.

1989년에 개봉해 현재까지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명장면 중 하나는 붐비는 식당에서 보여준 맥 라이언의 '가짜 신음 소리'다. 이를 들은 영화 속 옆 좌석의 할머니가 깜짝 놀라 웨이터에게 "저 여자가 먹는 거로 주세요"( I'll Have What She's Having)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할머니처럼 필자는 한인 고용주들에게 모두 "조국 장관처럼 해주세요"라고 주문하고 싶다.

한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를 계기로 변호사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에게 상대 변호사의 집요한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날을 피해가는 좋은 예를 알려줄 수 있게 됐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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