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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운명이 조국의 운명을 좌우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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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9/28 19:34

노무현과 문재인의 김현종 내리사랑
조국이 불러낸 이름 전해철, 원혜영
판도라의 상자 '경찰총장' 윤 총경


2019.09.20 2호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트

Exclusive
by 중앙일보




국제외교

첫째 이야기
노무현과 문재인의 김현종 내리사랑

프롤로그 -김현종의 '꿈'은 외교부장관이 아닌 산업부장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때는 지난해 여름. 청와대에서 세 사람이 무릎을 맞댔다.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당시), 그리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당시)이었다.

임 실장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대통령님, 이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도 성공적으로 타결됐고, 이번 개각에서 김 본부장을 산업자원부장관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여기서 시계추를 잠시 앞으로 돌려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 FTA를 진두지휘했던 김현종을 다시 'FTA 구원등판 투수'로 기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김현종을 가리키며 "이런 뚝심있는 협상가(tough negotiator)를 부하로 데리고 있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현종은 불만이었다. 무엇보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출신인 백운규 산업부장관과 맞지 않았다. 물과 기름이었다. 주무장관인 백 장관은 사사건건 김현종을 견제했다. 그 뿐 아니었다. 통상교섭본부의 조직을 좀 키워보려 해도 이번에는 기재부가 "예산이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말이 장관급 본부장이지,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김현종은 화가 치밀었다. 결국 출구는 두 곳. 외교부장관 아니면 산업부장관이었다.

2007년 한미FTA 협상 담화문 발표 현장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 악수를 건내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

2007년 한미FTA 협상 담화문 발표 현장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 악수를 건내는 노무현 대통령(오른쪽).

김현종은 산업부를 택했다. 물론 외교부장관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회의석상 등에서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편애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김현종으로선 현실적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당시 김현종은 신남방정책,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AI(인공지능)에 꽂혀 있었다. "국부펀드를 활용해 삼성전자·현대차로 하여금 선진국 주요 기업을 인수합병(M&A)해야 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과의 3자회동은 김현종과 의기투합한 임종석이 총대를 메고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임종석의 이야기를 곰곰히 듣던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 근데 난 김현종 없는 통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현종의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얼마 후 신임 산업부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임명됐다. 김현종은 1959년생, 성윤모는 1963년생이다.

① 노무현과 문재인, '김현종 내리 사랑'의 이유는?
“신기하네. 자네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산업부장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김현종에게 문 대통령은 올 2월 '국가안보실 2차장'이란 '선물'을 안겼다.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이었다. 통상책임자를 국가안보실에 발령낸 건 파격이었다. 형식적으론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이 낮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격하'로 생각하지 않았다. '정권 핵심'으로의 진입이었다. 문 대통령 측근 A의 증언이다.

"문 대통령은 김현종의 머리에서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머리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건 바로 '남북 FTA'다. 김현종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한 가장 큰 이유다."

12년 전인 2007년 5월.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였다. 노 대통령은 김현종을 불렀다. FTA를 타결한 김현종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B씨의 증언.

김현종: "대통령님, 중요한 FTA를 하나 더 했으면 합니다."
노무현: "어디하고?"
김현종: "남북 FTA를 하시죠."
노무현: "뭐라고? 남북 FTA?"
김현종: "통일로 가는 길이 여러 가지 있는데, FTA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내 귀가 지금 솔깃한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아니 북한하고도 FTA가 가능합니까?"
김현종: "예, 북한과 FTA를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에 중국과 홍콩, 중국과 마카오가 FTA를 했습니다."
노무현: "음…. 그렇긴 하네."

김현종은 노 대통령에게 남북FTA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둘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모든 무역상품을 숫자화한 코드, 즉 HS 코드를 북한에 매길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경제가 국제화되는거죠, 둘째, 남북FTA를 하게 되면 원산지 규정 문제가 해결됩니다. 지금 북한에 원산지 규정이 없다보니 중국 상품이 북한을 통해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잖습니까. 그냥 중국이 날로 먹는 거죠. 근데 FTA를 하게 되면 원산지 특정을 하게 돼 북한에 공장을 제대로 지어야하고, 결국 북한으로선 해외 투자유치가 가능해지는거죠. 셋째, '왜 남한은 북한에만 무관세 혜택을 주느냐'며 문제삼는 외국, '북한에 퍼주기 하느냐'고 트집잡는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이 한꺼번에 해결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통일'로 가는 첫 걸음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 김현종의 회고록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언급이 나온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번트를 대고 열심히 뛰어 슬라이딩까지 해가며 1루에 진출했다. 그 것이 칠레·싱가포르와의 FTA였다. 1루에서 2루까지의 도루는 흔히 있는 법이다. 캐나다, EFTA, 그리고 아시안 10개국과의 FTA다. 2루에서 3루까지 도루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국부를 늘리고 경쟁력을 갖춰 통일을 준비해야 하기에 2루에서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중국·아세안을 합친 시장보다 더 큰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EU와 협상을 시작했으며, 중국과 예비협상을 개시했다. 하지만 3루까지 도루해도 홈스틸을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FTA의 홈스틸은 바로 남북 FTA다.”

김현종의 설명을 지그시 듣던 노 대통령은 무릎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기하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배석자들에게 “이거 아주 흥미로운데. 다음 주 제대로 회의해 봅시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각료들이 반대하고, 김현종도 유엔주재 한국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다시 '남북 FTA'의 구상이 꿈틀거린다. 사실 문 대통령이 최근 야심차게 내놓았던 '남북평화경제' 'DMZ 국제평화지대' 아이디어의 뿌리도 따지고보면 김현종의 12년 전 남북 FTA 구상의 뉴 버전이다. 12년 전 노무현의 옆에 김현종이 있었다면 지금 문재인 옆에도 김현종이 있다. 게다가 양자를 잇는 코드도 '북한' '통일'로 일치한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② "이게 내 스타일("It's my style)"이라는데, 어떤 스타일?
③ 약이 될까,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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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개의 이야기 더...

정치

둘째 이야기
조국이 불러낸 이름 전해철, 원혜영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회관 930호에서 나오다 기자 세 명과 마주쳤다. 9월9일의 일이다. 930호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날이다.
강 수석은 공식 발표(오전 11시)보다 30분 먼저 국회에 왔다. 대통령의 메신저로, 이해찬 대표에게 결정사항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강 수석이 이 대표에게 ‘조국 임명’을 알린 뒤 국회 본관을 총총히 나서자 대부분의 기자는 그가 청와대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동선을 중앙일보, 연합뉴스, 조선비즈 기자 세 명이 끝까지 쫓았다. 대통령의 메신저는 청와대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의외의 장소인 전해철 의원실로 향했다. 전 의원은 지도부도 아니고, 당직도 맡지 않고 있다.

”전해철 의원실엔 왜…. “(기자 셋)

“(멋쩍게 ‘하하’ 웃으며) 우연히, 차 한잔하러요. 그냥 시간이 좀 남길래. 하하. 별일 없이.”

시간이 남아 우연히 그냥 차 한잔하러 왔다? 그 긴박한 날에.
Exclusive의 의문은 며칠 뒤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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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셋째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 '경찰총장' 윤 총경

Q. 버닝썬 사건 수사 때 승리 단톡방에 '경찰총장'으로 등장했던 윤 총경(49·경찰대 9기)은 요새 어떻게 지내나요? 최근 '조국 사모펀드' 연루 의혹도 불거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그 분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관으로 보직이 변경됐어요. 매일 오전 9시 서울청 사무실로 출근해 도장을 찍은뒤 서울시내 31개 일선 경찰서 교통과로 나가 현장을 점검하고 지도한답니다. 명목은 애로사항 청취하고 지도, 격려한다는 거지만 실상은 뺑뺑이 도는 겁니다. 징계위에 회부돼 사표를 내도 수리가 안되고, 검찰 수사 후 기소 및 재판 확정 전까진 이런 상황이 유지된답니다. 경찰 내 요직인 경찰청 인사담당관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진 거죠."

지인과의 문답 다음날인 25일 오전 8시 50분. 서울경찰청으로 달려갔다. 지하주차장 빈 자리에 급히 차를 대고 출입문으로 다가갔으나 아뿔싸! 출입증이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허겁지겁 1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통관리과 사무실이 있는 7층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여경을 붙잡고 "윤 총경 사무실이 어디죠?"라고 물었다. 다행히 그를 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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