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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ㄴㄷㄹ로 시작, 졸업 땐 유창한 한국말

[한글날 특별기획] 미 국방외국어대학을 가다
16개 언어 중 한국어반 2위
한국어 강사만 200여명
정예요원 선발 64주 교육
매년 250명 '한국 전문가' 배출

몬트레이 국방언어연구소에서 지난 5월 아시안 언어학과 주최로 진행된 '아시안 문화의 달 특집' 행사에서 한국어반 학생들이 한글로 쓴 피킷을 들어 보이며 응원하고 있다. [DLI 제공]

몬트레이 국방언어연구소에서 지난 5월 아시안 언어학과 주최로 진행된 '아시안 문화의 달 특집' 행사에서 한국어반 학생들이 한글로 쓴 피킷을 들어 보이며 응원하고 있다. [DLI 제공]

"나영미씨, 한국의 문화유산은 어떤 게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안보라씨, 한국 음식 중 발효식품은 어떤 게 있나요?" "외국에도 잘 알려진 한국의 전래동화를 한 번 예를 들어주세요."

마치 한국의 고등학교 국어 수업을 보는 듯하다. 이곳은 북가주 몬트레이에 있는 미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국방외국어대학(DLI) 한국어반 수업이다. 과정은 최상급반. 이들이 구사하는 한국어는 현지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채택' '배포' '편찬' '표기' '풍부함' 등 일반 생활어가 아닌 고급 단어들도 척척 알아듣고 영어로 번역해 설명할 정도다. 이들은 마지막 한 학기를 마치면 이곳을 졸업하고 업무에 투입된다.

지난달 10일 기자가 방문한 DLI는 국방부가 주요 국가에 정보요원을 파견하기 전 현지 언어를 가르치는 학교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미군 산하 각 기관에서 차출된 정예요원들이다. 지원한다고 다 입학이 허락되지 않는다. 언어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언어는 총 16개. 중동 지역에서 사용되는 아랍어 외에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유럽과 남미 국가의 언어가 포함돼 있다. 한국어는 중국어와 일본어,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아시아 언어 대학에 속해 있다. 이곳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은 연간 2000명. 이중 한국어는 연간 250여 명으로 2번째로 많다.



한국어는 가장 배우기 힘든 대표적인 언어로 꼽힌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주고받아야 하는 만큼 교육 과정이 까다롭다. 게다가 단시일 내에 가르쳐야 하는 만큼 미 전역에서 언어학 석·박사를 마친 실력 있는 강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데도 이렇게 한국어 학생이 많은 건 최근 한류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한국어 강사만 200명에 달한다.

한국어는 기초반, 중급반, 상급반으로 나뉘어 총 64주 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첫 수업은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시작하지만 매일 7시간씩 한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졸업할 때쯤에는 한국어로 말하고, 읽고 쓰며, 상대방과 시사토론은 물론 대화의 톤을 듣고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선다.

게다가 언어를 공부하면서 문화와 역사는 물론, 지리와 종교, 문학, 미술 등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다 보니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춘다. 그러다 보니 추석, 한가위 등 옛 풍습부터 최근에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음식 문화에다 독도에 대한 이슈나 남북한 관계,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등 정치적인 이슈나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내용을 토론할 때도 막힘이 없다.

4년 전 DLI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에서 지금은 한국어 강사로 복무하고 있는 라이언 맥기네스 서전트는 "한국어는 굉장히 까다로운 언어다. 상대방에 따라 존칭이나 끝말이 달라진다. 영어나 스패니시 등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들이 어려워한다"며 "그럼에도 한국어에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건 방탄소년단 등을 접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과를 관장하고 있는 이미라 학장은 "아무래도 한류가 알려지면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진 것 같다"며 "한국어에 대한 위상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미국 공립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뛰어다니는 한국어진흥재단의 모니카 류 이사장은 "세계 속의 한국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국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한국어 수업이 많아진다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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