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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리더십 부재의 정치

송장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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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10/04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03 18:21

조국 사태가 한국정치의 블랙홀이 되자 대한민국의 시스템과 동력이 모두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국정 운영도, 국회의 입법과 견제의 기능도, 사법의 규범 체계도 조국 관련 수사의 진행과 여야 대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거리는 다시 소란의 현장이 돼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장관 한 사람의 거취와 비리가 이렇게 국가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는 현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통탄할 일이다. 국가적인 손실이고, 앞날까지 걱정된다. 대립과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사회 곳곳에 깊이 내재해 나라를 병들게 할 것이다. 밝은 사회, 전향적인 사회를 기대하는 건강한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큰 좌절인가. 조국 법무를 옹호하는 집권 세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객토하지 못하는 야권 모두에게 정치사의 엄중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소중함과 역사의 준엄함을 존중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회적 공정성과 법의 정신, 규범칙에서 흠결이 속속 드러난 인물을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굳이 앉히려는 정치적 의도는 분명히 비정치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가족의 편법과 비리의 흔적, 장관 본인의 거짓이 드러났고, 그 자체로도 법무 장관 자격이 없다는 보수 진영의 신랄한 비판을 '의혹'이라는 프레임으로 묵살하는 여권의 역공은 설득력이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조국 법무가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에 기대는 듯하다. 대통령과 여권은 조국 사태를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몰아붙이고, 검찰개혁으로 전환해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조국 법무가 압수수색 중인 검사와 통화를 한 것도 검찰이 야당에 알려줬다고 비틀어서 공격하고, 검찰총장의 거취까지 들먹인다. 통화의 위법성 자체를 제쳐놓고 과정을 문제 삼아 '내통'과 '밀고'라는 어휘를 쓰면서 유출자를 '색출'해 처벌하라고 맹공한다. 논리의 귀를 물고늘어지는 격이다.

조국 사태의 수사는 끝도 없이 번지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에서까지 '조 양파'라는 유행어가 횡행한다고 전해지는가. 딸과 아들의 입학 서류 위조뿐 아니라 웅동학원 비리, 사모 펀드의 투자 의혹 등이 매일 새롭게 터진다. 법대로라면 혐의들이 너무 많아서 수사가 외압으로 덮어지기에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인다.

대통령은 나라 안의 혼란을 잠재우고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라가 건강하게 전진하도록 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한 나라의 흥망은 국민의 정신 속에 생성된 다양한 요인들이 균형을 이루어 융합되는가에 좌우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법학도였던 학창 시절에 배웠을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일부 요인이 너무 강하면 다른 요인들이 쇠퇴한다"고 설파했다. 과욕하지 말고 상생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과 나치의 선동 정치의 악령이 어른거리는 대중정치의 소음 속에서 내적 혼란과 외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대통령의 뼈를 깎는 고뇌가 요구된다. 사사로움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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