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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이유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큰 혼란에 빠진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짜 스펙을 만들어 자녀의 입시에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금수저' 출신의 교수 부부와 지인 교수들은 품앗이하듯 특혜적 인턴 기회를 주고 가짜 증명서를 남발하고, 우리 사회에 남은 마지막 계층 이동의 사다리인 입시제도를 악용했다.

대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인데, 이것은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규칙을 지키는 진실성의 자율 시행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자격이 안 되는 저자의 이름을 올려준 '지적 사기'를 자행한 사람들도, 기여가 없는 무자격의 고등학생이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려도 침묵하며 연구 윤리를 내팽개친 공저자들도 연구자들이거나 교수들이다.

한국 대학들이 국제적 저널에 논문을 쓰며 연구중심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지식중개만으로 대학의 역할을 정당화하기 힘든 단계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입시제도를 고안해낸 것 역시 다양한 재능을 획일적 기준으로 재단해서는 개인의 행복도 가져다주지 못하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이 확대돼야 하고, 이는 진실성과 투명성이라는 윤리적 토대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유린한 당사자가 사회적 처벌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에 서려 한다. 이는 대학과 학문 세계의 토대를 허무는 것이며 대학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수들이 조 장관 임명을 경고하고 나선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국 선언의 또 다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음을 항변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헌법은 3권분립 원칙에 기반을 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의 본원적 기능은 행정부의 견제와 감시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내팽개친 채 정권의 호위무사로 전락해 헌법의 기본질서를 유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확정된 위법행위가 없다'는 것을 조 장관 임명의 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말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는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청문회 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집단적 의사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문 정부가 사회통합을 포기하고 오히려 국민적 갈등을 정권을 지탱하는 정치 자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이나 이를 옹호하는 권력 주변 지식인들의 궤변은 진영 논리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가차 없이 베어온 비수들은, 그보다 더한 자신들의 적폐와 위선·탈법을 '개혁을 위한 결단'이라며 옹호하는 칭송의 방패로 돌변했다. 검찰 개혁이 조국이라는 한 개인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그건 이미 제도개혁이 아니다. 정치적 이해가 도덕적 기반과 양식위에 서게되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수 없다.

우리 교수들은 문 정권 이후 계속돼온 노·장년층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다. 밤새워 연구하는 제자들과 젊은 교수들이 안쓰러워 침묵할 수 없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은 '하나의 사회'이기를 포기하고, 국가로서의 도덕적 기반을 파괴한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며, 무엇보다 국가의 이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앞세운 나쁜 결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병태 / KAIST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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