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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커피 한 잔?…그렇다면 '공정무역'

[LA커피칼리지 연응주 학장의 커피 이야기]
10월 1일은 인터내셔널 커피데이
커피 생산국에서 열린 카페쇼 참가

커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불량두를 하나하나 손으로 골라내는 모습.

커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불량두를 하나하나 손으로 골라내는 모습.

전기, 수도, 하수 시설이 없는 소작농의 집.

전기, 수도, 하수 시설이 없는 소작농의 집.

온두라스에서 열린 카페쇼.

온두라스에서 열린 카페쇼.

미국에 정착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10월1일이 되면 가정 먼저 생각나는 것은 국군의 날이다. 올해 창군 70주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국군의 날이 휴일이 아니라고 하니 왠지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10월 1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새롭게 생겼다.

10월 1일은 국제 커피 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ICO)가 지정한 국제 커피데이(Coffee Day)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5년 국제 커피 기구(ICO)가 커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제정한 국제 기념일로써, 올해로 5년째가 되었다.

커피 데이에는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점은 물론 중소규모 커피집들도 다양한 행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커피 애호가들이 입장에서는 반가운 시간이다. 그런데, 국제 커피데이는 단순히 소비자들을 위한 날이라고 보기보다는 공정 무역 커피(Fair Trade Coffee)를 홍보하고 동시에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들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계기로 이용되어 왔다.

가끔이라도 커피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종종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임을 알리는 로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 걸쳐 최대 체인망이 있는 스타벅스는 자체 공정무역 프로그램(C.A.F.E. Practices)을 통해 전체 생두 구매량의 90%를 소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거대 기업인 네스프레소(Nespresso) 역시 생두 구매량의 절반 이상을 자체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한다.



공정가격 프로그램 중 가장 잘 알려진 FI(Fairtrade International)의 기준에 따르면 현재 수세식 아라비카 커피의 공정무역 가격은 FOB 가격 기준으로 파운드당 1.4달러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 파운드당 공정무역 프리미엄 0.20달러와 유기농 프레미엄 0.30달러가 추가되기도 한다. 즉, 구매자가 공정 무역을 통해 커피를 구매할 경우, 이론적으로 커피 생산자는 파운드당 1.9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공정무역의 빛과 그림자

커머셜 커피의 국제 커피 가격은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C-마켓'이라는 선물(Forward) 가격에 의해 정해진다. 현재 C-마켓 가격이 파운드당 1.0달러 이하임을 감안하면 공정무역을 통한 거래는 국제 시장가격보다 두 배의 수익을 보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붐이 그 열기를 더해 가는 상황에서 이 C-마켓 가격이 지난해 10월 대비 25%나 하락, 파운드당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13년간 최저가격이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일단 초과 공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수요.공급을 보면 이 두 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이 형성되게 되는데, 커피 최대 산지인 브라질이 몇 년간 지속적인 풍년을 기록하면서 커피 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는 시장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따라서, 향후에 커피 생산국가들이 논의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을 경우 이런 가격 하락은 얼마간 지속될 것이라 예측된다.

개인적으로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산지를 돌아다니면서 종종 공정무역에 혜택을 받고 있다는 농부들에게 실제로 공정무역 가격인 파운드당 1.9달러를 받는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공정무역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파운드당 1.9달러 만큼의 액수를 받는 농부는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타벅스 등 대형 구매자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농부들을 찾아 구매 후 직접 지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농들을 대표하는 협동조합 내지 수출업자한테 공정 무역 가격을 지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협동 조합과 수출업자는 프로세싱 공정과 포장, 운반비, 기타 운영비들을 제하고 소농들에게 잔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공정무역 가격이 농부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리 없었다.

더욱이, 어떤 경우 소농보다 힘을 가진 협동조합 간부나 운영진들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눈 여겨 볼 사항이 있다. 많은 커피 생산자들이 좋은 구매자를 만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앉아서 좋은 구매자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구매자들은 만나고 본인들의 커피를 마케팅 하면서 공정무역 가격 이상으로 본인들의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노력

지난달 온두라스에서 열린 카페 쇼에 참가했다. 카페 쇼는 수도인 테구시갈파의 가장 큰 쇼핑몰에서 열렸다. 온두라스에서 유명한 카페들이 대거 동참하고 관람객 수도 미국이나 서울에서 열리는 카페 쇼에 못 지 않았다. 솔직히 커피 생산국에서 열리는 카페 쇼 참가는 처음이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뜨거운 관심에 놀랐다.

우연히 방문기간 중 카페 쇼가 진행중인 쇼핑몰에서 온두라스 커피농가의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제목이 'Cafe con sabor a mi tierra' 였는데, 번역하면 '내 땅의 맛을 가진 커피'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녹병으로 커피 농사를 포기하고 끝내 은행 빚에 집까지 넘어가는 가정과 커피 녹병을 예방.관리하여 품질이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이를 유럽 등 외국의 바이어들에게 판매하여 성공한 두 집안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했다. 직접 산지를 돌면서 보고 들었던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재미있게 감상을 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농부들이 본인들의 커피를 가지고 카페 비즈니스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즉, 자국 내 카페에서 내수시장의 수요를 늘려 낮게 형성된 국제 커피 가격을 견인하고, 본인과 주변의 커피를 적정가격으로 매수.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와 카페쇼에 몰린 많은 관람객을 보면서 이 방법이 조만간 큰 효과를 내리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한잔의 커피에는 많은 사람의 땀과 열정이 담겨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커피를 마시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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