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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에너지 뱀파이어' 죽이기

김석하/사회부 부장

영화를 본 다음날 직장 동료에게 "그 영화 좋더라"라고 했더니 그가 하는 말 "그게 뭐 난 별로던데."

이것 참 묘한 상황이다. '왜 안 좋아?'라고 따지기도 뭐하고 '넌 무식해'라고 깔아뭉개기도 뭐하고. 가만있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대부분 괜한 말을 주절거리며 상황을 얼버무리게 된다.

그러면서 '나중에 네가 무슨 말하면 똑같이 해주마'라고 마음먹는다. '뭐하러 쓸데없이 이런데 힘을 써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도 난다.

세상에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은밀하게 상대방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방법은 네거티브 전술이다. 부정적인 단어와 시큰둥한 반응만 써도 상대방의 에너지를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UCLA의 정신과 교수인 주디스 올로프 박사가 만든 용어다. 그는 우리의 기운을 빨아먹으려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일상과 직장 속의 에너지 뱀파이어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출처:좋은 운명을 끌어들이는 포지티브 에너지)

1. 눈물샘 자극형-항상 우는 소리를 한다. 해결책을 줘도 불평을 멈추지 않는다.

2. 엄살대장형-아주 사소한 일도 블록버스터급으로 뻥튀기한다. 이들에겐 모든 게 위기상황이다.

3. 네 탓이오형-상대방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떤 일이건 어떤 사람이건 좋게 말하는 법이 없다.

4. 도와줘형-끝없이 자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한다. 그 덫에 걸려들면 내 시간이 남아나질 않는다.

5. 급소를 노리는 악마형-가시 돋친 말로 한 방에 쓰러뜨린다. 잔뜩 독기를 품고 있어서 타인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에너지 뱀파이어를 판단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같이 있으면 이유없이 피곤하다. 말의 시작은 불평이고 끝은 불만이다. 자신감은 약하고 자존심은 세다.

하지만 에너지 뱀파이어는 자신이 매우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여기저기 눈치나 보는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사실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시각이나 논리가 매섭고 때론 후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맛'에 주위에 어슬렁거렸다가는 다음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뱀파이어 특성상 '물면' 곧바로 전염된다. 어쩔 수 없이 혹은 예의상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잠재해 있던 '부정'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그 빠른 전파력은 순식간에 조직 전체를 망친다.

결집력도 강하다. 에너지 뱀파이어들끼리의 만찬은 인간성의 속성상 가장 즐거운 시간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메뉴에 올릴 새로운 불평.불만을 찾아 다니고 또 새로운 뱀파이어를 섭외한다.

보통 사람이 에너지 뱀파이어를 이기는 방법은 한가지다. 도망가는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에너지만 빠져나갈 뿐이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도처에 있다. 그 중 '왕초' 뱀파이어는 내 마음 속에 있다. 이 왕초의 지시로 사람들은 에너지 뱀파이어 5가지 유형 중 적어도 한가지씩으로 변신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마음 속에 있는 에너지 뱀파이어로부터는 어떻게 도망가야 하나.

이들이 활동을 잠시 중지하는 시기가 있다. 연말연초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연말의 마음'과 희망과 의욕이 가득찬 '연초의 마음' 사이에서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머물 곳은 없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불평.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한 해다. 가뜩이나 피곤한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뱀파이어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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