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인회가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토니 채 | 텍사스 중앙일보 부사장 겸 편집국장
달라스 한인사회는 인구 10만을 넘어 15만, 2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구 증가와 함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달라스 한인사회의 역사는 6년전 주달라스영사출장소 개소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개소 전까지만 해도 한인회의 주요 업무는 비교적 간단했다. 주휴스턴총영사관 순회영사업무에 장소와 자원봉사자를 제공하는 일, 연말 송년잔치로 고국의 향수를 달래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 정도였다. 달라스로 처음 이주하는 한인들에게 걸려오는 이런저런 문의 전화를 받는 것도 업무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출장소 개소 이후 한인사회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더 이상 수 백여명의 한인들이 시골 5일장터에 나가듯 영사업무를 보기 위해 몰려다니지 않아도 됐다. 메신저나 SNS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고국과의 문화적, 정서적 거리도 좁혀졌다. 달라스에 새로 이주하는 한인들은 현지인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오는 형국이 됐다.
제34대로 접어들면서 달라스한인회는 이러한 동포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가기 시작했다. 물론 한인회장 개인의 물질적, 시간적 희생이 따랐다. 행사 하나를 해도 번듯하게 했고, 내실 있게 했다. 그 결과 한인사회의 ‘명성’은 지역 주류사회는 물론 미주 한인사회, 더 나아가 고국에서까지 알아주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인회장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한인회의 역할이 들쭉날쭉 해진다는 것이다. 그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 중 무시할 수 없는 게 한인회장의 재력이다. 땡전 한푼 받지 못하는 봉사직을 수행하면서, 사실상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능력 있는 차세대 리더들이 선듯 한인회장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제37대 한인회장 선거는 한인회가 동포사회 수준에 맞는 ‘대표단체’로 남느냐, 아니면 이름뿐인 ‘그들만의 리그’로 후퇴하느냐의 기로다. 현재로서는 또 다른 재력가가 나서지 않는 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한인회는 회장 혼자서 이끌어가는 단체가 아니다.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인회장의 사재출연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으나, 뜻 있는 사람이 부담 없이 한인회장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가까운 미래에 조성돼야 한다.
그 환경을 조성하는 중책의 상당 부분은 기성 세대 지도급 인사들이나 재력가들에게 있다. 적어도 한인회가 재정자립을 실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렇다. 본인의 낯을 내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화초를 키우듯, 한인회가 자립해 차세대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동포들로부터 한인회가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한인회장이 잘해야겠지만, 그 배경에는 기성 세대 리더들이 금전적, 정신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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