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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친구가 없는 청년 환자

[LA중앙일보] 발행 2009/01/0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01/08 19:38

수잔 정/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제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나를 찾는 56세 아르메니안 여자 환자의 말이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늘 칭찬하던 아드님 말씀이세요?"

이 환자의 29세 된 아들은 친구가 없단다. 과거에 친하던 남자 친구들은 마약 등 나쁜 길로 빠졌고 착한 자신의 아들만 외롭게 남아 있단다.

"엄마는 아르메니안 여자 친구만 사귀라고 고집합니다. 그런데 아르메니안 여자들을 만나면 실망할 때가 많아요. 너무나 물질적인 것만 중요시해요. 벤츠나 BMW를 몰아야 한대요. 제 혼다 차를 보고서는 실망하는 눈치였어요."

어머니의 부탁으로 만나 본 환자 아들의 고백이다. 번듯하게 잘 생긴 얼굴에 당당한 체격의 백인 젊은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감을 상실한 채 일정한 직업이 없는 불안 증세 환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알지 못한 채. 게다가 그는 가끔씩 눈을 깜박거리는 '틱' 장애를 보였다. 틱 증세는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는 저절로 없어져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안면 중에서 눈이나 코 입술 등을 찡긋거리는 '안면 틱'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 환자들이 있지만 거의 증세가 안 나타난다. 그러나 내가 '틱'을 가진 어른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어린 시절에 '틱'과 동시에 오기 쉬운 '주의 산만증'이나 '불안 초조 증세'의 유무 때문이다.

틱 증세는 얼굴이나 몸 음성을 아무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 현상이다. 야단을 맞거나 본인이 억지로 참으려 하면 당분간은 이 현상을 정지 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예전보다 더욱 심하게 눈을 깜짝이거나 산토끼 코처럼 코를 찌푸리거나 입술을 실룩거린다. 그래서 부모가 야단을 치며 중지시키려고 애를 쓸수록 오히려 더 심해진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증세는 악화되니까 그렇다. 대뇌가 무슨 이유에서건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는 증세이니 아무리 아이가 그치려 해도 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해하기 쉽도록 두뇌가 딸꾹질한다고 여기라고 부모님들을 진정시킨다. 어린이들이 67세가 되면 어느날 나타나는 '틱'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면서 저절로 사라진다. 두뇌가 많이 성숙한 때문이리라.

간혹 가다 어떤 아이들은 1년도 안되어서 없어지는 단기간 증세도 있다. 어른이 되어도 남아 있는 경우 나는 과거력을 캐 묻는다. 많은 경우에 '주의 산만증' 증세와 '불안 증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뚜렛씨 증후군'이라 부른다.

나이가 차면 없어지는 '틱'과 달리 치료를 하지 않았던 '주의 산만증'이나 '불안 증세'는 없어지기는 커녕 합병증을 불러올 수가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열등감이나 자신에 대한 분노 우울증들이다.

자신도 모르는 채로 '주의 산만증'과 '강박 증세'로 고생했던 청년은 희망을 보였다. "그럼 커도 치료를 받으면 좋아지겠군요!"

"주의 산만증세나 틱 장애들은 두뇌의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니 지금도 전혀 늦지 않았지요."

덩달아서 자신이 넘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만일 그런 병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도와주었을 텐데."

글쎄 정신과 의사를 보는 것이 마치 집안의 수치처럼 여기는 많은 이민자 가정(한국인이나 아르메니아인을 포함하여)들이 정말 정신과 치료를 받아들였을까? 29세에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이 청년은 그런대로 행복한 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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