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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그 귀한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매해 30만이 넘던 혼인 건수는 이제 25만 남짓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소중할 뿐 아니라 이제는 드물어지기까지 했으니 귀하디귀한 결혼입니다.

교외의 작은 식당에서 50명의 하객만 모인,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결혼식은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기실이 아닌 식장에서 하객과 반갑게 인사하며 즐거운 모습을 감추지 않습니다.

식이 시작되자 '입장'이라는 사회자의 소개와 더불어 경쾌한 발걸음으로 뛰다시피 함께 들어온 그들에게 쏟아진 박수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유쾌한 축하의 마음 그대로였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부로 살아가기를 당부하는 주례 선생님의 말씀이 아닌, 하객과 함께 보는 5분짜리 단편영화가 스스로를 향한 주례사이자 인생을 향한 그들의 출사표였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내가 늘 입는 옷, 사는 물건, 평소의 습관 같은 것들이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지겨워지며 이별을 이야기하려 만납니다. 하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내에게 이별을 통보할 수는 없어 돌봐주다 보니 정말로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그렇게 싫어하던 빨간 코트만 길에서 봐도 놀라고 마는 남편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만으로도 젊은 두 사람이 너무나 잘 살아갈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이 변화하며 상대를 향한 마음도 무뎌질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서로에 대한 보살핌으로 새롭게 살아갈 것이라 두 사람 모두 현명하게 깨닫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적 사랑의 준비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결혼식이었지만 그들 스스로 선택한 메시지가 그 무엇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흑백 영화 속 오래된 노래의 축가와 결혼반지를 서로에게 끼워주고 마무리한 결혼식은 아름답게 끝나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휴일의 오후를 즐겼습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어 혼자 가긴 두렵습니다. 나를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 "가난하거나, 아플 때도" 나를 돌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상대에게 내 어려움을 나눠주길 희망하는 모습은 이기적일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큰마음의 품을 가질 수 있을 때부터 건전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을까요.

귀해진 결혼은 결혼이 삶의 통과의례와 같던 인생의 관성을 멈춰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상대에게 요구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언하는 결혼의 모습은 성숙한 다음 세대의 진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더 깊게 고민하고 선택한 그들의 삶이 그 전의 세대보다 더욱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해 봅니다. 50년을 함께 산 것을 기념하는 금혼식을 축하하던 전 세대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기에,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어쩌면 100년을 함께 할 수도 있기에 말입니다.


송길영 / 빅데이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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