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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기를 보고 기절했다···턱없이 태어난 소녀의 기적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0/14 13:04

턱없이 태어난 러시아소녀 다리나
주변 눈총에 유치원 입학도 거절
희망끈 놓지않은 부모에 도움손길
런던서 턱형성수술받고 웃음찾아





턱없이 태어난 안면기형 소녀 다리나는 영국 런던의 소아전문병원에서 아래턱 형성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환한 표정과 웃음을 되찾았다. 러시아의 NPO단체 등 많은 이들이 다리나의 수술비용을 지원했다. [시베리안 타임스 캡처]






턱이 없는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소녀가 생애 처음 환하게 웃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첨단 의료기술이 빚어낸 기적이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장애를 지닌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무한한 사랑을 쏟은 부모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장 빛났다.
훈훈한 화제의 주인공은 다리나 슈펜글러(6). 러시아 시베리아 중부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 거주하는 다리나는 턱이 없는 심각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러시아 언론 시베리안 타임스에 따르면, 다리나는 얼굴의 절반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해, 턱이 없이 입 부분이 모두 찢어진 상태로 태어났다. 턱이 없어 쫙 벌어진 입에선 피가 계속 흘러나왔다. 기형을 안고 태어난 자식을 처음 본 어머니 엘레나(47)는 충격으로 기절했다고 한다. 의사가 아이를 병원에 두고 가라고 했을 정도의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리나의 아빠 유리(49)는 충격에 빠진 부인에게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얘는 우리 아이다. 우리의 딸이다"라고 말했다. 남편의 굳건한 마음가짐에 기운을 얻은 엘레나는 다리나를 아동요양시설에 보내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다리나 돌보기에 전념했다. 그리고 애정을 아낌없이 쏟았다. 엘레나는 "아이의 장애 덕분에 부부 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외형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리나의 기형적 외모에 놀란 친척들 대부분은 엘레나 부부와 인연을 끊었고, 다리나를 데리고 외출하면 주변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유치원은 "다른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다리나를 받아주지 않았고, 다리나 주변엔 친구 한 명 생기지 않았다.
"다리나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엄마 엘레나의 소원이었다. 턱이 없는 상태로 자라난 다리나는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했다. 다리나의 안면 기형을 고쳐줄 본격적인 턱 형성수술은 러시아 국내에선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리나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딸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부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서광이 비친 건 올해 6월이었다. 다리나 가족의 고통에 공감한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영국 런던에서 아래턱 형성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 엘레나와 함께 런던으로 건너간 다리나는 런던의 '더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the Great Ormond Street)' 병원에 입원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아전문병원으로, 러시아 의료진도 이 병원의 의료진을 추천했다. 약 1억원의 수술비용은 투병아동을 지원하는 러시아 NPO단체 '러스폰드(Rusfond)' 등이 지원해줬다.
런던에 가기 전 체중이 11㎏에 불과했던 다리나는 수술에 견딜 수 있는 13㎏까지 몸무게를 늘리는 등 꼼꼼한 준비를 했고, 8월15일 수술을 받았다. 아래턱을 만들고, 목에 피부를 이식하는 등 11시간에 걸친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집도한 의사들도 만족할 정도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딸이 언젠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엘레나의 기도가 이뤄진 것이다.
엘레나는 시베리안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최첨단의 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하다"며 "런던의 병원에 있는 동안 러시아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줬다. 다리나가 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적같은 아래턱 형성수술 덕분에 웃음을 되찾게 된 러시아의 안면기형 소녀 다리나 슈펜글러(오른쪽). 3개월 만에 모스크바 공항에서 해후한 아빠 유리(가운데)는 "정말 예쁜 내 딸"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 엘레나(왼쪽)는 "많은 이들의 도움과 격려 덕분에 다리나가 웃게 됐다"고 말했다. [시베리안 타임스 캡처]






그는 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다리나가 변했고, 웃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말 3개월 만에 모스크바 공항에 돌아온 다리나는 배웅나온 아빠 유리에게 달겨들어 부녀 상봉의 기쁨을 만끽했다. 엘레나는 남편 유리에게 "다리나가 드디어 웃는 법을 배웠어요"라고 말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유리는 웃는 얼굴로 "우리 딸, 정말 예쁘네"라고 말하며 다리나를 끌어안았다. 다리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빠 품에 안겨 기쁜 듯 소리내어 웃었다.
다리나의 병은 당초 Nager증후군이라는 유전적 장애로 여겨졌지만, 자세한 검사 결과 자연계 방사선이나 유전자 복제 등의 원인으로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는 우발 돌연변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리나는 수개월 뒤 위턱과 입술 형성수술을 위해 다시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며, 현재 치료를 위한 모금 활동중이다.




아래턱 형성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 런던에 도착한 안면기형 소녀 다리나(왼쪽)와 엄마 엘레나. 지난 8월 중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다리나는 몇개월 뒤 위턱과 입술 형성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런던으로 향한다. 수술비 모금활동이 현재 진행중이다. [시베리안 타임스 캡처]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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